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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50명이 같은 아빠 뒀다… 네덜란드 정자기증왕, 결국 소송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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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나단 제이콥 메이어(41)/더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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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한 40대 남성이 무분별하게 정자 기증을 해 전세계 약 550명이 ‘같은 아빠’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여성들이 정자 기증 중단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27일(현지 시각)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 보도 등에 따르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현지 재단 ‘도너카인드’는 최근 41세 남성 조나단 제이콥 메이어를 상대로 정자 기증을 즉시 중단하고 저장된 정자는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단은 메이어가 지금까지 최소 13곳의 불임클리닉에 정자를 기증해 최소 550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이어는 이미 2017년 당시 불임클리닉 10여곳에 기증한 정자로 102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이 확인돼, 네덜란드 일부 병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수많은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에 출생자가 받게 될 심리적 충격을 줄이고 근친 출산을 예방하기 위해 기증자 1명당 25명 이하로 출산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는 치침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메이어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 재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음에도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 등을 통해 해외로의 기증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메이어는 최근 자신의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고, 새로운 예비 부모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소송전에 돌입할 것을 알렸다. 타이스 반 데르 미어 재단 회장은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서 우리가 움직였다”며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예비 부모들에 접근할 수 있고, 대규모 국제 정자은행과 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메이어로부터 기증 받은 정자로 아이를 출산한 난임 부부들은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2018년 메이어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한 여성은 “메이어가 100명 이상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그를 기증자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에게 미칠 결과를 생각하면 속이 매스껍다. 법정으로 가는 것만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호주의 한 부부는 덴마크 불임클리닉을 통해 6000유로(약 846만원) 이상을 내고 ‘루드’라는 남성 정자를 받아 아이를 갖게 됐다. 당시 부부는 한 기증자의 정자로 다섯 부부만 수정할 수 있다는 호주의 지침을 루드가 충족한다고 안내받았다. 하지만 재단을 통해 마이어의 정자를 받은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들은 “역겨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 아이에게 수백명의 형제자매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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