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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합계출산율 1위’ 지역인데 ‘인구소멸’ 위기?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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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단위 합계출산율의 ‘역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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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해남군·장성군·완도군 등
상위지역들 인구 지속적인 감소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추월
15~49세 여성 인구 비율도 낮아
인구수 적어 출산율 높아진 ‘착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 1위 지역은 1.81명을 기록한 전남 영광군이다. 4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다.

영광군 이전 출산율 1위는 전남 해남군으로 2012년 합계출산율 1위에 오른 뒤 7년간 선두를 지켰다. 2017년에는 합계출산율 2.10명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산율 ‘2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2016년에는 보건복지부 ‘인구의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4명으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 0.78명보다는 높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한다.

높은 합계출산율로 ‘저출생 해결 모범 지역’으로 꼽히는 두 지역이지만 인구는 줄고 있다. 영광군 인구는 2016년 5만5618명에서 올해 5만2192명으로 줄었다. 영광군에 단 하나뿐인 산후조리원은 올 들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해남군 인구도 7만5121명(2016년)에서 올해 6만5622명 쪼그라들었다. 두 지역 모두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속한다.

합계출산율이 높다고 반드시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역의 출생아 수·인구 자연 증가와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플러스 봄호’에 실린 ‘인구 감소 지역의 출산 관련 지표특성 분석과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20년 시·군·구 단위 평균 합계출산율이 상위 25% 이내인 지역 가운데 인구 규모가 감소한 곳은 총 36곳으로 집계됐다.

세부 분석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인구 감소 지역 중 합계출산율 상위 5개 지역(전남 보성·강진·해남·장성·완도)의 인구는 2000년에서 2020년 사이에 총 9만7650명 감소(자연적·사회적 증감)했다. 이들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높았지만 인구는 되레 줄었다.

높은 합계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지역은 지속적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았다. 인구 고령화는 전보다 심화됐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2015~2020년 평균 연령은 전국 평균 연령보다 5세가 많았다. 65세 이상과 8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국 평균에 비해 점점 높아졌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간 상관관계도 낮았다. 특히 해남군과 장성군, 완도군의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간 상관관계는 0.1~0.4에 그쳤다. 국가 단위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간 상관관계(1970~2019년)인 0.7494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해당 지역은 15~49세 여성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체 여성 인구 대비 15~49세 여성 인구 비율은 28~35%로 합계출산율이 높고 인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다른 5개 지역(기장·진천·아산·당진·거제)의 15~49세 여성 인구 비율(44~54%)보다 낮았다.

다른 지역으로 떠난 여성도 적지 않았다. 2000~2020년 해당 지역의 15~49세 여성 인구 전출은 전입보다 많았다. 순전출 인구는 2000년 여성 주민등록연앙인구(연초와 연말 주민등록인구의 산술평균)의 15~20%에 달했다.

15~49세 여성 중에서도 고연령대 여성 비중이 높았다. 전체 여성 대비 15~49세 연령 비율을 5세 단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45~49세, 40~44세, 35~39세 순으로 집계됐다.

연령대가 높은 여성 비율이 더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평균 출생아 수가 적고, 합계출산율이 높아도 실제 출생아 수는 많지 않을 수 있다. 또 향후에 출생아 수가 증가할 가능성도 낮다.

연구를 진행한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당 지역은 상대적으로 15~49세 여성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출생아 수가 동일하더라도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 측면도 있다”며 “합계출산율만으로는 지역 출산력 특성과 인구 동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합계출산율을 근거로 지자체의 출산지원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자체가 앞다퉈 현금성 출산지원정책을 벌여 합계출산율을 높이더라도 실제 인구 증가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내 인구 이동·증감 안 나와
정책 실효성 판단 기준으론 부족

장 부연구위원은 “합계출산율은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지표지만 지역 단위로 보면 지역 내 인구 이동과 사회적 증감을 포착하지 못한다”며 “지자체에서 인구정책을 설계할 때 합계출산율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지자체의 출산 관련 예산은 늘고 있다. 지난 12일 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낸 ‘2022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 사례집’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출산지원정책 예산은 1조809억원으로 전년(8522억원)에 비해 26.8% 증가했다.

기초지자체의 출산지원 예산은 2021년 2099억원에 비해 1.1% 늘었는데, 전체 226곳 중 202곳(89.4%)이 지급했다. 정부는 조만간 추가적인 저출생 극복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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