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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화물 지입제 퇴출 이어…국토부, 20년 된 ‘화물차 공급 수준’ 판단 기준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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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화물차 운송업에 수십년간 뿌리내린 ‘지입제’ 퇴출을 추진하는 데 이어 화물차의 탄력적인 공급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제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년 전 도입된 수급조절제로 인해 화물차 기사들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지적 나오면서 개선하려는 것이다. 화물차 수급조절제는 차주들에게 일정 소득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화물차의 신규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화물자동차운수사업 공급 수준 산정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허가제 도입과 함께 시작된 수급조절제는 화물차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 화물차 공급 수준을 판단하는 분석 모형이 2007년 연구용역으로 구축된 뒤 현재까지 사용되면서 합리적인 공급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기에는 현재 분석 모형에 활용하는 일부 통계자료 생산이 중단되면서 검증방안이 부족해지는 등 기존 분석모형을 적용하는 데 문제가 생긴 영향도 있다. 이에 정부는 화물차 시장의 최근 현황을 반영한 새 공급 분석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운송사가 차량과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 차량의 경우 차종에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선비즈

지난해 12월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에서 화물차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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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시장은 2004년 1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허가제는 화물차 과잉 공급으로 운임이 하락하자 화물연대가 2003년 총파업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허가제 시행 이후 영업용 번호판을 단 화물차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정부는 화물운송용이 아닌 차량(노면청소용·청소용·살수용 차량 등)과 1.5톤(t) 미만의 택배 집·배송 차량 등 특정 차량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신규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신규 허가 여부는 해당연도 ‘화물자동차운수사업 공급기준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화물운송 시장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화물 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번호판 장사’를 뿌리 뽑는 게 목표다. 수급조절제 개선책 마련도 화물운송 시장 정상화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앞서 정부는 화물운송은 하지 않고 차주에게 지입료만 받는 운송사인 지입 전문업체를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치는 운송 구조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지입 전문업체는 약 7000개에 달한다. 전국 화물차 중 23만대는 법인차인데, 그중 지입 전문업체에 소속된 차량이 10만대로 추정된다.

원 장관은 “운송 일감 제공 없이 번호판 장사, 도장값 등 여러 명목으로 실제 일하는 차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노동의 몫을 중간에서 뽑아가고, 이를 화주와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기생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입제가 성행한 이유는 화물운송 면허 총량이 제한돼 통상 번호판 하나에 2000만~3000만원의 지입료를 내서라도 운송업계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신규 화물차의 진입을 막는 허가제와 수급조절제가 도입된 이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입제가 활용됐다.

악순환의 고리 중 하나로 수급조절제가 지목되면서 정부는 새로운 공급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지입제를 비롯한 화물차 수급조절제 등 화물차 공급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화물 연대는 반박하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공급규제 혁파는 사실상 화물차 증차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운임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차 공급이 늘어나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운송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국토부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급조절제를 풀면 번호판값이 떨어질 수 있어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다”면서 “화물차를 늘리면 물동량(物動量)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등 업계와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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