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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사고로 아이가 부모 잃는다면…‘제주판 벤틀리법’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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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지난 1월 11일 서귀포시 가시리 붉은오름 인근에서 승용차 추돌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주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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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음주운전자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어린 자녀들만 세상에 홀로 남는다면, 이 아이들은 누가 책임져줄까요.

2021년 4월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벤틀리(5)와 동생 메이슨(3)은 음주운전 사고로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생후 4개월 된 남동생을 잃었다. 사고 소식을 처음 들은 벤틀리의 친할머니(세실리아 윌리엄스)는 아들 부부와 갓 태어난 손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두 손자의 보호자가 됐다. 사고 이후 그녀는 미국 전역을 돌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하는 입법 운동을 시작했다. 그게 바로 손자 이름을 딴 ‘벤틀리법’이다. 음주운전으로 숨진 피해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가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제주도의회 송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남원읍)은 지난 30일 ‘제주판 벤틀리법’을 대표 발의해 새달 임시회를 통과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판 벤틀리법안인 ‘제주특별자치도 음주운전 예방 및 피해아동 지원에 관한 조례’는 음주운전 예방 활동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 사고로 부모 등 보호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아동에 대한 정신적·경제적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의원은 “음주운전 사고의 가해자가 피해 아동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미국 ‘벤틀리법’이나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 발의안과는 달리 제주도가 사회적 책임을 조금이나마 지는 것”이라며 “가해자가 보상하는 개인의 사적 구제와는 별개로 도가 후견인으로서 피해 아동의 정신적 트라우마 치유와 경제적 지원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발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도지사가 피해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성장, 건전한 가정기능의 유지 등을 위해 피해 아동 등에게 상담, 교육 및 의료·심리적 치료 등필요한 지원을 제공토록 의무화했다. 이 경우 지원 여부의 결정 등 모든 과정에서 피해 아동 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토록 했다.

경제적 지원의 경우에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생계비, 아동양육비, 아동교육지원비 등에 대해 최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양육비 등을 지급 중인 피해아동의 양육상황을 매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해 ‘음주운전 예방 및 피해아동 지원에 관한 추진계획 수립’, ‘음주운전 예방활동과 피해아동 양육비 지원 등을 포함한 지원에 관한 사항’등을 자문 및 심의토록 했다.

31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324건 중 7명이 사망하고 502명이 부상당했으며 지난해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320건이 발생, 7명이 사망하고 498명이 부상당했다.

송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조사한 2021년 우리나라 음주운전 교통사고 유자녀 가정 현황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유자녀 나이는 만 3세이상 초등학생 이하가 79.5%로 조사됐다”면서 “음주운전사고 피해아동에 대한 정신적·경제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벤틀리법’이 테네시주를 시작으로 현재 10여 개 주에서 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원주을)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시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가해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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