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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동욱의 WINNING] 샌디에이고의 ‘자기 주도 훈련’, 나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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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이동욱 전 감독.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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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미국이다.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캠프에 온 지 4주가 지났다. 스프링캠프 기간엔 트리플A, 이후 하이 싱글A에 몸담았다. 개막과 함께 루키 리그로 왔다.

이곳에 온 이유는 명확하다. 선수를 어떻게 가르치고 육성하는지 알고 싶어서, 야구를 배우고 싶어서 왔다. 펑고를 쳐주고 배팅볼도 던져주며 코치 초년생처럼 지내고 있다. 가장 힘든 점은 캠프 기간을 통틀어 휴식일이 이틀뿐이라는 것이다. 야구를 40년가량 하고 있지만 20일 연속 훈련하는 것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훈련 첫날 다소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수비 연습을 시작하려는데 1루수인 한 선수가 내게 뛰어와 “코치 리(Coach Lee), 나는 글러브 쪽, 백핸드 쪽, 글러브 뒤 방향, 백핸드 뒤 방향으로 펑고를 쳐 달라. 오늘은 이렇게 받고 싶다”고 주문했다. 선수가 말한 대로 공을 쳐줬다.

배팅 케이지에는 여러 종류의 방망이가 놓여있었다. 선수들은 각자의 루틴대로 움직였다. T배팅부터 하는 선수, 짧은 배트부터 쥔 선수, 무거운 배트로 시작하는 선수 등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연습을 진행했다. 또한 옆에는 배팅하러 들어가기 전 몸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운동 기구들이 있었다. 스스로 밴드, 메디신 볼 등을 활용해 중심이동, 하체 회전, 상하 밸런스 등을 체크한 뒤 타격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샌디에이고의 간판타자인 후안 소토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나가기 전 종아리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재활경기를 할 때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경기 전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을 묻더니 바로 웜업을 하러 갔다. 스스로 정한 시간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준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보통 선수들은 짜인 스케줄대로, 코치가 정해놓은 방향대로 훈련한다. 그런데 이곳에선 선수들의 완전한 ‘자기 주도 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2주 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선수들이 처음부터 이러한 루틴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스포츠 사이언스팀 오스틴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아직 야구를 다 알지 못한다. 정확한 루틴이 없어 한 번씩 다 해보게끔 한다”며 “선수들이 몸으로 겪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식 훈련 전, 아침 일찍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실내 배팅 연습장에 가보면 다들 똑같은 방법으로 연습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기다리고 있는 코치들에게 가 어떤 훈련을 할지 먼저 요청한다. 순서는 물론 개수도 선수가 직접 조절한다.

현재 이곳 마이너리그에는 선수 150여명이 있다. 이들 중 단 2%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고 한다. 빅리그 선수들은 자기만의 루틴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루틴이 없으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없다.

루틴은 습관화해 지속해서 행해야 하는 행동이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에서 ‘학습’으로 가야 한다. 코칭스태프의 가르침을 종합해 스스로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마운드나 타석에서는 혼자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이동욱 전 감독

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

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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