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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형사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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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대통령 첫 ‘불명예’

트럼프 “정치 박해” 반발

공화당 경선 등 파장 주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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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미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대배심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시민 23명으로 구성된 대배심은 검찰의 수사 내용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찬반 투표에 부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2006년 자신과의 성관계를 언론에 폭로하려고 하자 13만달러 상당의 ‘입막음 돈’을 지급하고 관련 비용을 회계장부에 허위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집사’ 역할을 해온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대니얼스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게 하고, 이를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의 돈으로 갚아준 뒤 장부에 ‘법률자문 비용’이라고 적게 한 것은 기업 문서 위조를 금지한 뉴욕주 법률 위반이라고 봤다. 또 유권자들에게 성추문을 숨기기 위해 합의금을 주고 회사 문서를 위조했다면 중범죄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혐의는 수일 내로 공소장이 공개되면 확인될 것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업사기 관련 30건 이상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측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4일 뉴욕주 지방법원에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기소된 피고인은 법원에 출석해 공소사실 인정 절차를 밟고 검찰청에서 범인 식별을 위한 얼굴 사진 ‘머그샷’ 촬영과 지문 스캔, 유전자 채취 등을 거친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초유의 사태이므로 관례와 다른 절차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향신문

법원 앞에 펼쳐진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30일(현지시간)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자 시민들이 뉴욕 형사법원 청사 앞에서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한다’고 쓴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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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것은 정치적 박해이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위의 선거 개입”이라며 “나는 완전히 무고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을 강력 비판하면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정치적 정적을 처벌하기 위해 사법체계를 무기화하는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근 50년 동안 각종 법률 위반으로 수사를 받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이끌어낸 브래그 지검장은 민주당원으로 2021년 11월 첫 흑인 맨해튼 지검장에 당선됐다. 전임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으로부터 트럼프 의혹 수사를 넘겨받은 그는 밴스 전 지검장이 기소를 포기한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다시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경범죄인 기업 문서 조작으로는 기소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벌인 행위라는 점에서 중범죄인 연방 선거법 위반과 연관돼 있다는 논리를 개발했다.

그러나 맨해튼 지검이 뉴욕주 법률이 아닌 연방법을 다루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아 기소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 결집에 당 경선은 유리

유죄 평결 받아도 출마 가능
중도층 지지 확보에는 걸림돌

공화당 잠룡·지도부, 기소 비판
백악관은 공식 입장 없이 침묵

미국 역사상 처음인 전직 대통령의 형사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도전 선언과 맞물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엄청난 불명예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지만, 적어도 공화당 경선 판세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지지자는 물론 적잖은 수의 공화당원들이 기소 결정이 민주당 소속인 브래그 지검장에 의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통해 경선 승리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설을 제기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항의하라”고 선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결정과 이후의 절차를 반전 기회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가 확정되고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미 법률에는 범죄 경력을 이유로 대선 후보 출마를 막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기소되더라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형사 기소된 대선 후보라는 점은 본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기밀문서 유출 의혹, 조지아주 선거 결과 전복 시도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백악관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의 잠재 대선 주자들과 지도부 등은 일제히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가 정치적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최대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플로리다는 (범죄인) 인도 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도 “이것은 정의가 아니라 보복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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