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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일 외교' 방어하는 與, '북한인권'으로 반격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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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인권보고서' 공개에 이어 與 "민주당, 어떻게 '인권' 입에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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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북한 인권 보고서'를 공개한 데 이어 여당은 '북한 인권'을 띄우며 야당을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인권', '인권'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당으로 인식된 게 참으로 한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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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일 정상회담 '굴욕 외교' 논란을 방어해온 국민의힘이 '북한 인권'을 띄웠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 보고서'가 공개 발간된 데에 따른 움직임이다. 국민의힘이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는 가운데 북한 인권으로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은 '인권', '인권'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당으로 인식된 게 참으로 한심한 상황"이라며 "(민주당 정권 시절 국제사회가) 인권 결의안을 낼 때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내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동참했는데 우리만 안 한 일이 지난 정권에서 얼마나 많았냐"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회의에서도 "북한 인권 보고서에 기록된 북한의 인권 실태를 보면 참혹함 그 자체"라며 민주당을 향해 "속히 북한 인권재단 출범을 위해 자신들 몫으로 주어진 이사 추천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런 참담한 인권 보고서를 보고도 계속 추천을 미루는 것은 인류애를 상실한 직무 유기 범죄 행위"라며 "이러고도 민주당이 어떻게 인권을 입에 올릴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람의 길을 갈 것인지, 야만의 길을 갈 것인지, 인권의 길을 갈 것인지, 고문의 길을 갈 것인지 지금 결정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북한 인권재단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재단으로,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설립이 추진됐다. 북한 인권재단은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 각각 5명씩 추천한 12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천하지 않아 재단이 구성되지 못하고 지적하는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토록 끔찍한 인권 유린의 참상은 왜 7년 만에 알려졌는가"라며 "2016년 여야 합의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어 매년 보고서가 제작됐지만,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이를 3급 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핵무기와 맞바꾸는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는데도 이를 감싸고 돌기만 했다"며 "지난 2020년에는 북한 인권 단체가 하나원에 들어가 탈북민을 조사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또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이례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 없이 이뤄진 평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겉으론 '사람이 먼저다'고 했지만, 정작 2600만 북한 동포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최악의 인권 유린자 김정은의 눈치만 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450쪽 분량의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개 발간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후 통일부는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비공개로 작성해 국회에 보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508명의 탈북민 전수조사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2017~2022년 북한에서 벌어진 1600여 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8월 북한 인권 실태를 백서 형식으로 작성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의 '북한 인권 띄우기'는 북한인권보고서를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지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비판하는 시도로 읽힌다.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하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 인권 문제에는 소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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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정부 여당을 비판하며 화력을 쏟아부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삭발하는 모습. /국회=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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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국민의힘은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을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2주째 일본 언론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16일 NHK는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20일에는 산케이 신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등의 언급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엔 일본의 '교도 통신'은 윤 대통령이 같은 달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등을 접견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여부를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야당은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야당은 지난달 1일부터 매주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윤재갑 의원은 삭발하며 항의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엄호하며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고 맞서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표 내로남불'에 빠진 민주당은 여전히 한일 정상회담을 자신들의 부패한 도덕성을 모면하기 위한 기회로 쓰고 있다"며 "국익은 안중에도 없이 가짜 뉴스를 퍼 나르고, 그것도 모자라 먹거리 괴담까지 유포하는 정당이 과연 존재의 가치가 있나"라며 맞받았다.

그는 "민주당은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독도 관련 언급을 했다는 한 일본 언론사의 가짜뉴스는 열심히 유포하더니, 또 다른 일본 언론이 독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하자 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매주 주말에는 도심을 점령하고 친일매국, 방사능 밥상 등 온갖 자극적인 표현을 끌어와 '죽창가'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술 더 떠 최근 단행된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 대해선 근거도 없이 '불화설', '입김설' 등을 퍼뜨리며 대한민국 외교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며 "더 불가사의한 일은 민주당이 지금 자행하고 있는 모든 일이, 북한이 최근 체포된 간첩단에게 지령으로 내린 일과 똑같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준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0.3%)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0%, 부정 평가는 60%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3월 21~23일)보다 긍정 평가는 4%P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2%P 상승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21%), 일본 관계·강제 동원 배상 문제(20%)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강제 동원 제3자 배상 해법을 제시한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일본·외교 관계가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전주 대비 1%P 떨어진 33%를 기록하며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가 치러진 3월 첫째 주 39%를 기록한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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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북한 인권 띄우기' 움직임에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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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북한 인권 띄우기에 나선 정부·여당 움직임에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인권이 절대적인 가치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태훈 북한 인권 이사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남북 관계가 흐려질까 안 했던 것을 원칙대로 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북한인권법에는 인권 기록센터가 북한 인권 정보를 공표하기로 돼 있었다. 여태까지 안 했다. 진작 했어야 했다"고 짚으며 "북한인권법 이행 노력의 일부라고 평가한다. 정권교체 덕분"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김씨 왕조에서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북한 인권 개선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남북 관계만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내 정치용'이라는 시선도 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 군축센터 팀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북한 인권 개선이 필요하지만 관계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짚었다. 황 팀장은 "인권을 개선하려면 어쨌든 북한 정부가 의지로 나서야 한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인권 개선 문제도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하고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는 자유권의 침해와 생존권의 침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식량부족 등 북한 주민의 생존권에 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국가 체제 차원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현실적인 접근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우려스러운 건 후속 조치"라며 "이런 내용을 많이 알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럼 대북 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애기봉 점등 등의 주장이 나올 것이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다 했던 일이다. 효과가 없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학술단체나 시민단체가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는 뒤에서 조용히 지원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북한 인권도 개선하고 남북 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한반도 긴장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연희 6.15 남측위원회 대변인도 "최근 남북 관계가 많이 안 좋은 상황에서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향후 남북 관계에 대화나 개선을 모색해야 할 텐데 그런 준비 혹은 구상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충돌이나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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