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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스페인 유명 배우 미국에서 대리모 이용해 딸 출산, 나이 68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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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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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국민배우로 통하는 아나 오브레곤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얻어 윤리 논란에 올랐다고 영국 BBC 방송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모든 형태의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여성의 몸을 빌려 2세를 출산한 점은 문제가 된다. 더욱이 통상 이런 거래는 돈을 주고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다. 68세 고령에 아기를 낳았다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오브레곤은 TV 배우로 여러 시트콤의 주인공을 맡아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병원 앞에서 신생아를 안고 있는 사진이 이번 주초 스페인 잡지 ¡Hola! 표지에 실려 눈길을 붙들었다.

잡지는 오브레곤이 대리모를 이용해 낳은 딸이라고 전했다. 오브레곤은 얼마 뒤인 30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잡지 사진을 올리고는 ‘사랑’(Amor)이라고 적었다. 잡지 보도가 사실이라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사진을 보면 오브레곤은 선글라스를 쓴 채 연한 분홍색 모자를 쓴 아기를 감싸안으며 미소짓고 있다.

그는 또 “내 어둠에 사랑으로 가득 찬 빛이 찾아왔다”면서 “나는 다시는 혼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살았다”라고도 적었다. 이런 언급은 그가 3년 전 암으로 스물일곱 살의 외아들을 잃은 사연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아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삶의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고 털어놓곤 했다.

그러나 대리모 이용이 불법인 스페인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에 불이 붙었다. 스페인 좌파 정부의 여러 각료들이 나섰다. 평등부 장관은 “대리모는 스페인에서는 합법적이지 않은 행위”라면서 “우리 나라에서 이는 법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의 하나로 간주된다”고 비판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특히 대리모로 이용 당하는 여성을 언급하면서 “이들 여성은 가난하거나 위기에 직면해 있거나,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몬테로는 “이건 대리모도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불법 관행이기 때문에 자궁 하나 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 알레그리 예산부 장관도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또다른 행위”라고 규탄하며 그가 병원을 떠나는 사진은 “단테스럽다(Dantesque)”고 개탄했다. 펠릭스 볼라호스 대통령실 장관도 “누군가의 욕망을 채우려고 돈으로 여성의 몸을 사들이거나 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대리모 이용은 금지되지만 현재까지는 처벌 받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해외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기 2500여명의 부모가 합법적 권한을 인정받았다. 대리모 이용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에서 대리모를 이용해 둘째 자녀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밝힌 남성은 이 대리모가 “자신의 몸과 관련해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성소수자, 편부나 편모, 불임 부부 등은 대리모를 이용하는 것이 몇 안 되는 현실적인 선택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이런 견해가 만만찮아서일까 보수파인 스페인 인민당의 2인자 쿠카 가마라는 조금 더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많은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들을 건드리기 때문에 깊고 진지한 논쟁이 필요하다.”

최근 스페인 사회당 연립정부는 집권 5년차를 맞아 여성의 권리를 높이 사는 정책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 연초에 대리모 출산을 대행하는 이들의 광고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아예 대리 모 출산을 여성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규정하며 강제 임신과 강제 낙태, 강제 정자냉동, 강제 피임 등과 함께 “재생산 착취”라고 분류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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