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공중 위성 발사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추락한 '버진 오빗'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금 조달 실패로 인력 대부분 해고, 자산 처분키로…주가 하루새 41% 폭락

英 억만장자 브랜슨의 버진그룹 계열사…직원들 "경영진 재무 관리 잘못"

연합뉴스

'버진 오빗'의 개조한 보잉-747 항공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고공에서 항공기로 위성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우주항공 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기업 '버진 오빗'(Virgin Orbit)이 결국 초라한 말로를 맞게 됐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버진 오빗은 전날 제출한 보고서에서 "회사가 의미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체 인력의 약 85%에 해당하는 675명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직원 퇴직금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설명하면서 "회사 운영 종료 또는 처분과 관련된 비용"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리해고가 내달 3일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버진 오빗의 대변인은 나머지 15% 직원이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미국 증시에서 버진 오빗의 주가는 41.2% 폭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6일 전사적인 영업 정지를 발표하고 직원들에게 무급 휴직을 통보한 이래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4일 주당 7.59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날 0.2달러(20센트)로 마감해 주식이 거의 휴지 조각이 됐다.

회사 측은 최근 일부 벤처캐피털 투자자들과 사업 매각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버진 오빗'의 '론처원' 로켓 모형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버진 오빗은 '괴짜 억만장자'로 유명한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에서 2017년 분사된 회사다. 2021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때 기업 가치가 40억 달러(약 5조2천400억원)에 달하는 등 화려하게 비상했으나,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추락했다.

회사가 붕괴한 데는 야심 차게 시도한 공중 위성 발사 기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 컸다.

버진 오빗은 개조한 보잉-747기를 이용해 3만5천∼4만5천피트(1만1천∼1만4천m) 상공에서 인공위성이 탑재된 로켓을 쏘아 올려 위성을 우주 궤도에 보내는 기술을 시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본사를 두고 인근 모하비 항공우주 공항에서 항공기를 이륙시켰다.

하지만 이런 발사를 실행한 횟수는 2020년부터 6차례에 불과했고 그중 2차례는 임무에 실패했다. 2020년 5월 첫 발사에 실패하고 이듬해 1월 처음으로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해 가능성을 엿보게 했지만, 이후 비용 지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성 발사는 꾸준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버진 오빗은 설립 이후 손실이 계속 커지면서 2021년 말 이미 적자 규모가 8억2천100만달러(약 1조755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맞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발사 목표를 7차례로 잡았다가 분기마다 목표치를 낮추면서 결국 한 해 동안 단 2차례 발사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1월 영국 콘월에서 시도한 발사가 실패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이후 투자자들이 완전히 등을 돌렸고, 회사는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회사 직원들은 "경영진의 잘못된 재무 관리로 회사가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CNBC는 전했다. 일부 직원들은 댄 하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임원 대부분이 보잉사 출신으로, 비용 관리 등 경영 전반을 효율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 오빗에 지난 4개월간 6천만달러(약 786억원)를 투입했으나, 더는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있는 '버진 오빗' 본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in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