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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감독이 된 ‘아시아 홈런왕’ 개막전부터 기습 스퀴즈번트! 두산 야구가 변했다[SS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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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이유찬이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8회말 1사3루 번트를 대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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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경기시작 3시간20분 만에 눈을 사로잡는 장면이 나왔다. 설마했던 그림이 결정적인 순간 눈앞에 펼쳐졌다. 감독이 된 ‘아시아 홈런왕’이 개막전에서 멋진 스퀴즈번트로 상대 벤치를 흔들었다. 두산 야구가 변했다. 초보 사령탑의 색깔이 첫날부터 도드라졌다.

두산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023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호세 로하스의 역대 네 번째이자 두산 최초의 개막전 연장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12-10으로 재역전승했다.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잠실구장은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까지 더그아웃으로 내려가 초보 감독의 데뷔 첫승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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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7회말 2사1,3루 우월홈런을 날린 후 선행주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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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뷔전을 치른 두산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신인 때 개막전은 내가 선발 출장하지 않아 패했다. 오늘은 스타팅 감독”이라는 말로 승리를 자신했다. 6회까지 3-8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지만, 대타를 기용하지 않는 뚝심으로 선 굵은 야구를 시사했다. 이 감독의 뚝심은 ‘잠실 홈런왕’ 김재환의 각성을 야기했고, 7회말 극적인 동점 3점포로 이어졌다.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도 끝까지 중심타선을 믿은 이 감독의 뚝심이 빚은 결과였다.

끝내기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지만, 이날 경기의 백미는 8회말. 롯데 필승조 구승민을 상대로 선두타자 양석환이 볼넷을 골라내며 기류가 변했다. 볼넷을 얻어낸 양석환은 ‘선두타자가 출루한다’는 것을 두산 벤치에 알리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석환의 사인을 받은 이 감독은 발빠른 조수행을 대주자로 기용해 1점 싸움으로 끌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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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유찬이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8회말 1사3루 번트를 성공시킨 후 고영민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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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주자는 1루에 서 있기만 해도 상대 배터리에게 자극이 된다. 올해 두산에 입단한 정수성 코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루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압박감은 볼배합을 단조롭게 만들뿐더러 ‘주자를 잡아내겠다’는 의도를 담은 견제를 하게 만든다. 구승민은 김인태에게 초구를 던진 뒤 견제구를 던졌는데, 1루수가 다이빙해도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김인태는 희생번트로 조수행을 3루에 보냈다. 1사 3루에 9번타자 이유찬이 타석에 들어섰다. 7회 빅이닝 과정에서도 이유찬을 교체하지 않는 뚝심을 발휘한 이 감독은 이번에도 대타 대신 ‘개막전 선발 유격수’를 믿었다. 7회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신고한 이유찬인데다 김태형 감독 시절 번트를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두산의 색깔을 고려하면 누구나 강공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내야수가 전진수비를 펼치는 선에서 롯데의 수비 시프트가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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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이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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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민이 시속 144㎞짜리 속구를 초구로 던진 순간, 배트를 내린 이유찬이 1루쪽으로 번트를 댔다. 발빠른 조수행은 홈을 파고 들었고, 롯데 1루수 고승민이 글러브 토스로 홈을 노렸지만 태그할 시간이 없었다. 두산의 변화를 선언적으로 드러낸 장면. 잠실구장을 가득채운 관중석은 환호와 탄식이 뒤섞여 개막 열기를 뿜어냈다.

이 감독은 “이유찬은 개막전 출장이 처음이다. 당연히 긴장했을 것”이라며 “7회말 무사 1,3루에서는 점수차가 있어서 편하게 치라는 의미로 히팅 사인을 냈다. 그러나 8회말에는 1점 승부였고, 대주자 조수행이 3루에 있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한 기습번트 스퀴즈 사인을 냈는데, 너무 잘해줬다”며 웃었다. 그는 “5점차 열세를 뒤집었고, 다시 역전을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내기 승리를 따내니 선수 때 내가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보다 더 기분좋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뜨겁게 호응한 팬들 덕분에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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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로하스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11회말 무사1,3루 끝내기 우중월홈런을 날린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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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로 이 감독은 역대 두산 사령탑 가운데 네 번째로 데뷔전에서 승리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KBO리그 전체로도 28번밖에 없는 진기록이다. 두산 사령탑 중에는 2015년 김태형 감독 이후 처음이다.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은 역대 네 번째이자 두산에서는 최초 기록이다. 로하스 역시 KBO리그 데뷔 첫홈런을 개막전 끝내기로 장식해 베어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홈런도 좋아하지만 아기자기한 야구를 좋아한다”던 이 감독의 ‘취임의 변’이 개막전부터 증명됐다. 두산이 변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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