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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폭락이 vs 폭등이 막말 전쟁… 집값 반등 조짐에 또 ‘혐오의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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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집값 반등조짐에 재연된 폭등론- 폭락론 논쟁

폭락이, 폭등이 등 혐오표현으로 인신 공격성 비난

집값 전망을 종교 전쟁화하는 맹목적 비난 멈춰야



“유튜브 특성상 구독자의 반대가 심하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재임시 구독해 유명해졌던 부동산 폭락론의 대표 유튜버 ‘쇼킹부동산’이 작년 연말부터 집값이 폭락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택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쇼킹부동산이 변절했다고 비난하면서 유튜브 구독 탈퇴를 하기도 했다. 쇼킹부동산은 인터넷을 통해 “조회수를 위해 제 의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 채널의 댓글 달기 기능을 폐쇄하고 주택 구입을 원하는 시청자를 위해 별도로 유료채널도 개설했다.

◇쇼킹부동산의 입장 전환과 변절 논란

쇼킹부동산은 ‘역전세대란’이라는 책을 통해 “10년 만에 기회가 왔다. 누구나 집을 싸게 사고 싶어 하지만 막상 기회가 와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면서 매수를 권유했다. 쇼킹부동산은 내 집 마련의 시기로 2023년~2024년 상반기를 지목하며 “이번 집값 하락은 하락이 가파른 만큼,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폭락론을 대표하던 쇼킹부동산의 이런 입장 변화에 대해 일부 열성 독자들은 변절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금리, 가격, 소득, 공급, 정책, 전세시장 등에 따라 집값 전망이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도 일부 독자들의 반발이 거센 것은 부동산 폭등론과 폭락론을 경제 현상이 아니라 이념이나 종교처럼 맹목적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쇼킹부동산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변한이유에 대해 “집값이 30~40% 빠진다고 전망했고 실제 30~40% 빠졌으니 좋은 기회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값 반등 조짐에 폭등론의 반격?

집값 하락폭이 줄고 거래량이 되살아나자 조기 반등론이 고개를 들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부동산 폭락론 폭등론 논쟁이 다시 불 붙고 있다. 작년 10월 558건까지 급감했던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2월에 2400건을 넘어섰다. 전국 주택거래량도 1월 2만5761건에서 2월 4만1191건으로 급증했다. 초급매물이 거래되면서 급락했던 호가가 일부 올라가고 있다. 최근 집값 반등론이 나오는 것은 정부 정책이 큰 도움이 됐다. 정부는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종부세도 크게 완화해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도 줄었다. 최저 3%대로 융자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의 도입도 거래를 늘리고 있다.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반등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선일보

한때 집값 폭락론을 주도했던 유튜버 '쇼킹부동산'은 작년 연말부터 집값 폭락했으니 적극적으로 주택매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쇼킹부동산의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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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락으로 ‘영끌 5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한동안 위축됐던 집값 폭등론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끌 5적’은 폭락론자들이 폭등론자를 비난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이다. 폭등론자들이 집값이 계속 급등하니 집을 사라고 주장, 젊은층이 빚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투자’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폭등론자들은 2021년만 해도 족집게 전문가로 각광받았다. 폭락론자와 폭등론자는 2021년 6월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실시를 앞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른바 ‘1차 폭락 폭등 논쟁’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급증해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폭락론과 오히려 매물이 급감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폭등론이 맞섰다.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불구, 집값이 급등하면서 폭등론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폭등론자들은 지난 8월이후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이를 계기로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1차 논쟁에서 완패했던 폭락론자들은 폭등론자들과는 정반대로 전세대란은 없고 집값은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2차 논쟁’은 1차 논쟁과 정반대로 폭락론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폭락이와 폭등이, 혐오의 비난전

폭락론과 폭등론을 주장하는 유튜버들은 방송을 통해 상호 비방하거나 명예훼손으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자신이 믿는 폭등론, 폭락론에 동조하지 않으면 상대를 폭락이, 폭등이라고 공격한다. 주장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메신저를 혐오표현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국내 최대 부동산 인터넷 카페인 ‘부동산 스터디’에는 집값 상승 전망과 하락을 전망하는 글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그런데 집값 상승론을 담은 글에는 ‘폭등이’, 집값 하락론을 담은 글에는 ‘폭락이’라는 비난성 댓글이 달린다.

폭락론과 폭등론이 상호 비방전으로 치닫는 것은 음모론, 당위론 등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폭락론의 근저에는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론이 자리 잡고 있다. 폭락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아니라 한국 사회는 유독 투기적 가수요가 많아 집값이 급등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관을 공유하고 있다. 음모론적 시각도 강하다. 폭락론자들은 건설업체, 중개업체, 일부 유튜버가 정보를 왜곡, 투기를 부추긴다고 믿고 있다. 극단적 비관론에 빠져 있다. “경제 대공황이 온다”, “한국 경제 무너진다” “파산시대 온다”, “대붕괴 온다”는 등의 주장도 거침이 없다.

◇정치적 신념과 결합한 폭락론과 폭등론

반면 폭등론자들은 ‘정부 규제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폭락했다’,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부동산은 우상향할 수 밖에 없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수가 늘어나 수도권 집값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등 부동산 낙관론에 빠져있다. ‘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좋아지는 신호이기 때문에 집값에 호재’라는 식의 비경제학적 논리로 집값 상승론을 펴기도 했다. 러시아의 돌발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유가 ,곡물가 폭등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급격한 금리인상을 경기회복에 의한 금리인상과 착각하기도 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위주, 세금폭탄 정책이 집값을 폭등시켰다고 믿는다. 과거 역사를 보면 집값은 주택공급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소득, 금리, 정책, 글로벌 경제 여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을 그려왔다. “오늘의 집값이 가장 싸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은 폭락론과 마찬가지로 선동이다.

폭등론자들도 인신 공격성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폭등론자는 폭락론자들을 ‘부동산으로 돈을 번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프지만 언젠가는 부동산이 휴지 조각이 될 것으로 믿는다’, ‘2~3년 후에는 거품이 꺼지겠다며 20년동안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 정부 탓, 투기꾼 탓, 복덕방탓 기자 탓 등 남 탓한다’고 비난했다.

폭락론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규제 정책을 옹호했다면 폭등론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일부 폭등론자는 현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가 늦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민섭 호서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은 금리, 수급, 정책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않고 인신 공격성 비난을 하는 정치 선동꾼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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