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1년가량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이날 21.53%까지 내려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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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3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광주·전남 지역 가뭄 중장기 대책’ 브리핑이 끝난 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 장관이 가뭄 중장기 대책 가운데 하나로 4대강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설명이다. 환경부는 이날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가뭄 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16개 보의 수위를 올려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용수를 확보하기로 했다. 박재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관은 “2012년 보 설치 이후 처음 겪는 큰 가뭄인데, 사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보에 최대한 담을 수 있는 수자원량이 6억2000만t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수시 전체 인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물(4400만t)의 14배에 달하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환경부 고위 관계자도 “이번 대책의 기저에 깔린 철학에 4대강 사업과 보에 대해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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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물 공급 방법 vs 녹조에 가뭄 해결도 안 돼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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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의 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홍수기와 가뭄기의 재해를 막고 수력 발전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한국의 1인당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한 데다 국토의 66%가 산악 지형으로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다기능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4대강 보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됐다. 강의 밑바닥을 파고 물을 더 저장하는 과정에서 여름마다 녹조가 발생해 수질이 악화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막판에 4대강 보의 방류 한도를 확대하고 연중 필요할 때마다 물을 흘려보내는 방안을 심의·의결하기도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보가 가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2014년 4대강 사업 조사·평가 위원회는 “(4대강 사업으로) 물 11.7억t을 확보했다”면서도 “가뭄 때 용수가 부족했던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한 지역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한 과장급 관계자는 “16개 보 중에서도 (가뭄에) 효과적인 보가 있고, 효과 없이 부작용만 있는 보도 있는데 두 정치 진영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한쪽 측면만 부각해 실무진이 중장기적 환경 정책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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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보 해체 결정 번복 아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물 공급체계 조정, 대체 수자원 개발로 하루 61만톤 용수 추가 확보 등 중장기 가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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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이번 중장기 가뭄 대책은 장래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능력을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가뭄의 영향까지 고려해 재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순천 주암조절지댐에 방문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한 가뭄’ 같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장관은 다만 보 활용이 보 처리 방안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전 정부가 금강·영산강 보 상시개방·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공익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 장관은 “전 정부의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일부 보 해체)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감사원 결과를 지켜볼 것이나, 행정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현재 있는 16개 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장)는 “국가가뭄정보시스템을 보면 가뭄때 보의 수위가 떨어진 적이 없어 가뭄에 기여했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수질만 악화시켰는데, 광주는 애초에 영산강 수질이 나빠서 섬진강으로 옮겼다가 가뭄 때문에 다시 영산강 물을 쓰게 됐고, 영산강 물은 부족하지 않아 오히려 수질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때문에 가뭄이 더 심각해질텐데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보는 것을 지양하고, 4대강 각 특성과 보에 대한 과학적 진단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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