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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법 위반 첫 선고 나왔다... 회사 대표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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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안전대 없이 5층에서 작업 중 추락사
노동계 "사망재해 발생에도 솜방망이 처벌"
한국일보

6일 경기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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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중대재해법 관련 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단은 처음으로 법 시행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온유파트너스 법인에는 벌금 3,000만 원, 안전관리자인 현장소장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5월 고양시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이해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숨진 노동자는 안전대 없이 5층 높이에서 철근을 옮기다 추락했다.

앞서 검찰은 온유파트너스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 판사는 “이 회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이후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하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 현장은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며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이다.

노동계는 이날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첫 번째 선고 결과가 집행유예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장엔 비계 작업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도 없고, 7~9층 일부는 안전 난간도 설치돼 있지 않은 위험한 곳이었다"며 "망인은 94㎏에 달하는 고정 앵글 인양 작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작업 계획서나 지휘자도 없었을뿐더러, 추락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구인 안전대조차 지급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경영책임자가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사망재해가 발생해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됐음에도 사실상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망 사건과 형량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법원은 언제나 산업재해를 '과실' 영역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노동현장의 산업안전보건 범죄는 고의범 성격"이라고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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