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으로, 여야 정책 결정 기준은 표심
신공항, 천원 아침밥 등 예산투입 사업 난립
예타, 재정준칙 등 제동 장치는 무력화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신동근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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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여야가 ‘포퓰리즘 경쟁’을 넘어 ‘포퓰리즘 협치’에 나서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도 ‘표심’이 걸렸다면 여야가 기꺼이 손을 맞잡는 모양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결정의 기준이 총선 유불리로 좁혀지면서다. 특히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포퓰리즘 입법에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에 제동을 걸 장치들은 '표퓰리즘 협치'로 무력화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표퓰리즘 경쟁’이 ‘표퓰리즘 협치’로 변질된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총사업비) 완화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에 한해 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도로·철도·항만 등 수백억 원 규모 SOC 사업이 별다른 걸림돌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실제 2021년 12월부터 예타가 진행 중인 충남 서산공항(530억원), 국비 500억원이 들어가는 제2인천의료원, 사업비 889억원 규모인 울산 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선 사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도 ‘지역구 표심’이 걸린 법안은 협치가 수월하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TK신공항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광주군공항법)이 대표적이다. TK신공항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주호영 의원-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홍준표 대구시장)이다. 반면 광주군공항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용빈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TK신공항법과 광주군공항법을 ‘쌍둥이 법’으로 부른다. 여야가 합심해 두 법안을 함께 처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비만 20조원에 육박하는데 여야 각각의 ‘표밭 사업’이기에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서로의 지역에서 원하는 사업인 만큼 신공항법과 군공항법을 함께 처리하자는데 사실상 합의를 본 상황”이라며 “재정 문제로 정부가 제동을 걸지 않는 이상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제안되는 ‘표퓰리즘 정책’도 상당한 재정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학생에게 아침밥을 1천원에 제공하는 이른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업 대상을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 전국 대학으로 넓히는 것은 물론 학기 중이 아닌 방학 때도 사업이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아침 식사 뿐만 아니라 점심, 저녁 등 모든 식사 시간대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와 각 대학의 지원만으로는 예산이 부족하니 해당 대학이 속한 지자체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더 지원하자는 구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면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정부 곳간을 노리는 포퓰리즘 정책과 입법은 난립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 곳간의 자물쇠 역할을 할 제도적 장치마저 ‘여야 협치’로 차단되고 있다.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기재위 소위를 통과한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국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관련 법은 막혔다. 재정준칙이 마련되지 않은 사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매년 100조 원 안팎의 나랏빚이 늘었다. 지난해 국채, 차입금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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