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꼰대 기질을 내보이지 말라"
홍준표 "꼰대는 이미지 덧 씌우기"
윤 전 의원이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홍 시장은 "예타 완화는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이라고 맞받아쳤다. '꼰대' 논쟁도 벌어졌다. 윤 전 의원이 "꼰대 기질을 내보이지 말라"고 하자 홍 시장은 "꼰대라는 이미지 덧씌우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 요인인 '부친의 땅 투기 혐의'를 두고도 해묵은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윤희숙 "예타 완화로 총선 전 공사판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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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의원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땅 투기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말을 두 번째로 하시는데, 검사까지 하신 분이 사실관계의 중요성을 모르실 리가 없으니 이쯤 되면 교묘한 의도적 왜곡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저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 혐의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의원이 SNS를 통해 '사실관계 바로잡기'를 한 것은 이날 오전 홍 시장의 SNS 내용 때문이다. 그는 이날 SNS서 "땅투기 혐의로 의원직까지 사퇴했던 사람이 조용히 반성하며 사는 줄만 알았더니 요즘 부쩍 언론에 나타나 좁은 식견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며 윤 전 의원을 저격했다.
홍 시장이 그를 저격한 것은 지난 14일 윤 전 의원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예타 면제 관련 이야기를 하다, 전국 각지에 생기는 공항을 언급하며 '무안 공항에 고추 말리던' 일화를 끄집어낸 것 때문으로 보인다. 윤 전 의원은 TK신공항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홍 시장은 그가 라디오서 TK신공항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한 듯 "TK신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 운운하며 폄하한다"고 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은 "저는 TK신공항에 대해 평생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TK신공항이 사업타당성과 정책적 정당성을 가졌는지 전혀 아는 바 없기 때문"이라며 "제가 방송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비타당성 기준을 완화하는 번개같은 여야협치로 인해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에 대해서"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야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을 추진했지만, 여론 악화를 고려해 이를 미루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 전 의원은 "국토균형개발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씀은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며 "국립 제주대병원, 경북대 병원을 비롯해 저는 국토균형을 중심에 놓은 예타 프로젝트들의 연구책임을 맡아 균형개발의 길이 무엇인지 열심히 고민했다"고 항변했다. 홍 시장이 SNS서 "항공정책과 국토균형 개발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에 반박한 것이다.
또 홍 시장이 자신을 가리켜 '응석'이라는 단어를 쓴 데 대해서도 윤 전 의원은 "이런 꼰대 기질을 자랑스럽게 내보이지 말라"며 "제가 후배이지만 엄연한 전문인이며 정치인인데, ‘응석’이라니"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 제도는 수도권 이외 기반시설 예타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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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은 윤 전 의원의 SNS 게시글이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다시 SNS로 저격 글을 날렸다. 그는 '예타 완화'가 총선 전 공사판을 만들 것이라는 윤 전 의원의 의견에 반박하며 "예타를 완화하는 것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국토균형 발전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의 예타 제도로는 수도권 이외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예타가 나오지 않고 수도권 일극주의만 심화시킨다"고 했다.
예타 완화는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인식되지만, 최근 김포 골드라인 압사사고 우려가 불거지면서 '예타 완화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 시장은 "지방분산을 위해 부득이하게 사회 간접시설을 지방에도 골고루 설치하여 지방균형발전으로 인구분산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함인데, 그걸 두고 미래세대에 빚만 넘긴다느니 역사에 죄를 짓는다느니 하는 그런 왜곡된 시각으로 어찌 공공기관에 근무했고 잠깐이지만 국회의원까지 했는지 의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향한 '꼰대' 지적에 대해서도 "꼰대라는 이미지 덧씌우기는 본질을 피해가는 어거지 반론"이라며 "나는 나이만 보면 꼰대가 맞지만, 자칭 청년 정치인도 몽상에 취해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는 이른바 4차원 꼰대가 지금 얼마나 많나"고 반박했다.
윤 전 의원과 홍 시장이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의 악연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 전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복당한 홍 시장은 당 의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윤 전 의원은 "망둥어가 뛰니까 숭어가 뛴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며 받아쳤고, 이준석 전 대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 출마와 관련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시장은 SNS서 "부동산 투기 혐의로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 대표, 안철수(의원)의 인천 불출마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격을 착각하고 연고도 없는 인천에 자객공천을 해 주면 나간다는 공천 희화화를 보니 그건 아니다 싶다"고 했다.
전날 윤 전 의원이 MBN '프레스룸'서 "이준석 대표나 안철수 대표 같은 분이 (계양을에) 나가서 아주 근사한 싸움을 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당에서 나가라고 하면 따르겠다"고 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윤 전 의원은 곧바로 SNS를 통해 "저는 계양을 공천을 달라 요청한 바 없으며, 인터뷰 질문을 받았을 때, 험지인 것은 분명하나 당이 필요로 한다면 당의 요청에 따르겠다 밝혔을 뿐"이라며 "투기 의혹을 받을 만한 부동산 거래를 한 적이 없음을 다시 명확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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