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미얀마 군부의 진공 폭탄 사용에 대해 고발하는 글을 게재했다. (출처 : HRW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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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김민수 기자 =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사가잉 지역 소재 야당 건물 공습 당시 "진공 폭탄(열압력탄)"을 사용했다고 8일(현지시간)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가 밝혔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2021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광범위한 지역이 전투로 황폐화됐다. 현재 곳곳에는 군부와 싸우는 수십 개의 인민 방위군이 형성된 상태다.

지난 4월11일에는 군부가 중부 사가잉 지역을 기습 공습해 민간인 약 170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들은 민주 세력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사무실 개소식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정부 역시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HRW이 새롭게 문제 삼은 부분은 군부가 사가잉 지역 파지기 마을을 공격하기 위해 진공 폭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HRW는 피해자들의 신체 사진 59장과 공습 후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

진공 폭탄은 심각한 인명피해를 불러일으키는 살상 무기다. 주변의 공기를 모두 태워 순식간에 질식사하게 만들며 장기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하실, 동굴 같은 갇힌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폭발 시 수천 도의 열기에 노출되면 끔찍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조차 '사탄의 무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진공 폭탄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국제법은 없다. 하지만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에 저촉된다. AFP는 전범 재판 시 진공 폭탄 사용 여부가 유죄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HRW는 파지기에서 사용된 진공 폭탄은 "무차별적이고 너무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다며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군부는 파지기 마을을 "제한적으로" 공습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사망자는 폭탄이 탄약고를 강타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미얀마는 피를 흘리고 있다'는 문구를 새긴 조형물을 설치한 모습이다. 2021.04.0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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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8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있다.

아세안은 미얀마의 유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미얀마 문제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대화 시작 △폭력 종식 △인도적 지원 △정치범 석방 △아세안 미얀마 사태 특사 임명 등 5가지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동맹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을 뒷배로 둔 군부 정권은 협상을 거부했다.

HRW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얀마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채택하고 군사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또 곳곳에 뻗친 군부의 상업망에 (경제적) 제재를 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RW는 "미얀마 군부의 가혹한 군사 작전은 무기와 (군수) 물품 구매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아세안과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구멍 뚫린 접근법을 재고하고 더 강력히 조처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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