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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활용’ 찬성 87%?···환경단체 “답정너 설문지로 여론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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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뒤집힌 환경부 여론조사 결과

설문지, 가뭄 언급하며 정해진 답 유도

보 개방·해체는 질문·선택지서 아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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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인근 논에 지난해 녹조가 번진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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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환경부 여론조사에서 4대강 보가 필요하다고 답한 보 인근 주민의 비율은 42.9%였다. 일반 국민 중 찬성 비율은 그보다 조금 높은 44.3%였다.

지난달 환경부가 다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선 대단한 변화가 나타났다. 보 인근 주민은 약 87%, 일반 국민은 그보다 조금 낮은 77%가 “보를 적극 활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4년5개월 동안 여론이 급격히 바뀐 것일까. 4대강 사업 찬성 측은 가뭄, 홍수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4대강 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 조사가 편파를 넘어서 여론조작에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6일 환경부는 지난 4월18~23일 보 인근 주민 4000명, 일반 국민 1000명 등 총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대강 보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다수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보 활용 기조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환경부 조사에서 한쪽에 치우친 결과가 나온 것은 설문조사의 설계 자체가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보가 가뭄과 물 부족에 큰 효용이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과학적 검증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지만 환경부는 마치 보를 통해 가뭄과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설문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물 부족으로 광주·전남지역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이 예년 대비 50% 밖에 되지 않는 등 지난해부터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질문에 앞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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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녹조로 물든 낙동강 물을 컵으로 뜬 모습.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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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또 이번 조사에 보 개방이나 해체와 관련된 질문이나 선택지는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다. 2018년 조사에선 보를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 국민 54.1%, 보 지역 주민 56.6%로 더 많았다.

환경부는 이날 낙동강 녹조 대책으로 퇴비 관리를 강화한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무분별하게 하천 주변에 방치된 퇴비를 제거함으로써 녹조의 원인이 되는 영양물질인 질소, 인의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관해서도 의혹을 제기한다. 정책 방향은 맞는데 왜 이제와서 지금껏 방치했던 퇴비 관리를 강화하냐는 것이다. 녹조 근본 원인인 보를 유지하려고 퇴비 등 비점오염원으로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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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지난달 인식조사 결과 하천시설 운영 시 중점을 두어 운영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국민 과반수는 ‘수질/생태와 수량을 균형있게 중시하는 방향으로’를 선택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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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사에서 ‘하천시설 운영 시 중점을 두어 운영되어야 하는 방향’을 묻는 말에 ‘수질/생태와 수량을 균형있게 중시하는 방향으로’라고 답한 이들이 일반국민 52.1%, 보 인근 주민 57.8%로 모두 절반을 넘은 것에 주목했다. 환경부의 4대강 보 활용과 같은 방향인 ‘수질/생태보다 수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라고 답한 이는 일반국민 9.5%, 보 인근 주민 11.5%에 불과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의도된 설문조사 문항에서도 현재 4대강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 국민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경부가 지켜야 할 대상은 ‘보’가 아니라 ‘강’”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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