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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공개 정보로 코인 사 떼돈 벌어도…김남국 처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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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5일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암호화폐 '테라' 관련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불구속 기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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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은 증권이 될 수 없을까. ‘테라·루나 사태’에 연루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느라 두 번의 구속영장 기각 등 천신만고를 치른 서울남부지검이 또 다시 같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엔 김남국 무소속 의원 때문이다. 최근 남부지검 관계자는 “김 의원이 대량 보유했던 위믹스의 증권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를 마치면 자본시장법 위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공개 정보 이용’ 징역 2년…코인은 적용불가



본인은 계속 부인 중이나, 김남국 의원이 받는 의혹의 핵심은 누군가에게 얻은 미공개 정보를 코인거래에 이용했느냐다. 위믹스·마브렉스·비트토렌트·메콩코인 등 코인을 사들인 시점이 상장 직전이나 저점으로 절묘하고, 출시 한달 차 신생 코인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등 거래량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시세 조종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와 더불어 자본시장법이 형사처벌을 동원해 엄격히 금지하는 대표적인 시장 교란 행위다.

주식과 관련해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처벌된 최근 대표 사례가 이동채(64) 에코프로그룹 회장 사건이다.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22억원 등을 선고했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배터리 양극재 생산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주식(지분증권)을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가 공시되기 전 차명계좌로 사들여 11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다. 주요 임직원 5명도 비슷한 죄로 징역 1년 이상을 받았다. 요컨대 내부자가 먼저 알 수밖에 없는 중요한 호재를 회사 고위직들이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했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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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부당이득 11억원을 취득해 실형을 선고받은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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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떼돈을 번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회장처럼 처벌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을 채무증권·지분증권·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파생결합증권·증권예탁증권 6가지로 열거해 규정하는데, 코인의 속성은 이중 하나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이중 어떤 개념의 해석을 확장해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한다 해도 주식과 같은 지분증권(기업의 지분을 표시한 증권)이 아닌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될 공산이 크다. 투자계약증권에는 주식에 적용되는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시세조종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범죄 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투자계약증권은 사기적 부정거래, 공모규제 위반만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정매매’ 라덕연은 잡아도 김치코인은 못 잡아



지난 26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구속 기소(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된 라덕연(42) 일당과 같이 통정매매를 일삼는 존재들이 코인시장에도 즐비하지만, 이들 역시 ‘증권성’이라는 장벽 뒤에 숨어 배를 불리고 있다. 남부지검도 지난달 11일 ‘한국 코인시장 병폐 구조도’라는 자료를 내고 일명 ‘김치코인’을 중심으로 다단계업자·상장브로커·거래소·MM(시장형성)업자 등이 결탁한 조직적 시세조종이 자리잡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수법이 코인 거래에 그대로 등장하고 있지만 코인 거래를 별도로 규제하는 법률이 없는 입법 공백이 길어지면서 검찰은 자본시장법 적용을 위한 묘수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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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라덕연 R투자자문사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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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망이 밝지는 않다. 검찰은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게 코인 거래와 관련해 최초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테라 프로젝트가 허구임을 알면서도 루나의 초기 판매, 루나의 거래소 상장, 테라 코인을 활용한 간편결제 사업 등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로 최소 4620억원 이상의 실현이익(루나 최고가 기준 환산시 최대 20조원)을 취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재판에서 어떨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이 크다. 김경환 변호사는 “법원이 증권으로 안 볼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보유량에 따른 배당이나 이자 수준 등 공소장에 나온 내용만으론 루나를 주식·채권과 같다고 볼 객관적 징후가 약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인지 여부 등에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점도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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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이 지난 4월 11일 발표한 한국 코인시장 병폐 구조도. 사진 서울남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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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처벌 못하는 ‘김남국 방지법’…입법 공백



선거철마다 ‘코인 민심’을 살피느라 차일피일해 온 국회는 이제야 입법의 발걸음을 떼고 있다. 국회는 지난 25일 가상자산을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에 넣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이 불거진 지 20일 만의 속전속결이다. 그러나 코인을 여타 금융범죄처럼 단죄하는 내용을 포함한 거래 규제법은 지난 4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여러 발의 법안 19개를 한 데 버무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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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이상거래 의혹을 받는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자진 탈당을 선언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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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에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등 불공정행위를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가 토큰증권(증권형 코인)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그 외 대부분의 코인은 가상자산법 제정으로 규율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이원화 규율체계는 유럽연합(EU)·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입법 방향”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와 검찰이 무리하게 증권성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없어지고 잠재적 범죄자들에게도 경고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에도 강남 코인 납치·살인 사건이 없었다면 정무위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회가 입법을 미루는 동안 코인범죄 피해자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나 사기죄 등 입증 난도가 높은 법안으로 개별 고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타임을 놓친 만큼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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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김남국 방지법’이 통과된 지난 25일 본회의장 내 김남국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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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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