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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처음 만난 사람 죽이려"…한밤 산 오른 '강도살인' 전과자[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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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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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봉이 2016년 6월8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북부지검으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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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인 2016년 5월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서 여성 A씨(당시 64세)의 시신이 발견됐다. 목에는 흉기로 수차례 찔린 흔적이 있었다.

평소 새벽에 혼자 등산을 다녔던 A씨는 일요일이었던 그날도 오전 5시쯤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는 산에 오르기도 전에 살해된 채 30분 만에 등산객에게 발견됐다.

등산로 근처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던 중, 당일 오후 6시30분쯤 경찰서를 찾아온 남성은 "내가 죽였다"고 자수했다.


시신 발견 13시간 만에 자수…"처음 만난 사람 죽일 목적"

김학봉(68)은 A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13시간 만에 자수한 이유에 대해 "도와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서 포기하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가 범행 전날 밤 수락산에 올랐던 목적은 '살인'이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범행까지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누군가가 산에 올라오길 기다렸다. 처음 마주친 A씨를 살해한 김씨는 범행 이후 평소 노숙하던 공원에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잠을 청했다.

경찰은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의 쓰레기 더미에서 혈흔이 묻은 15cm 길이의 흉기를 확보했다. 흉기에서는 숨진 A씨의 DNA가 검출됐다. 자수 당시 김씨의 겉옷에 묻어 있던 혈흔도 A씨의 것이었다.

부검 결과 A씨의 사망 원인은 예리한 흉기에 찔린 상처로 인한 좌측 경동맥, 기도, 식도 절단으로 파악됐다.


과거 '강도살인' 혐의 15년 복역…진술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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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봉이 2016년 6월8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씨는 2001년 경북에서 여성을 상대로 강도살인을 저질러 대구교도소에서 15년간 복역하고, 출소 4개월 만에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6년 1월 출소 이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강도살인 전과가 있는 김씨가 이번에도 강도를 하려다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씨는 "배가 고파서 밥이라도 사 먹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 주머니를 뒤졌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고 실토했다. 또 돈을 뺏으려고 A씨의 배와 어깨를 흉기로 쿡쿡 찌르면서 위협했지만, A씨가 소리를 질러 죽였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8일 김씨는 검찰 송치 과정에서 "돈 때문에 살인한 게 아니다. 짜증 나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김씨는 1997년 6월부터 3개월간 대구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5차례에 걸쳐 알코올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기록도 있었다.


김학봉, 심신미약 주장…항소심도 '무기징역'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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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봉이 2016년 6월3일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살인과 절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범행 당시 김씨가 조현병이었고, 10일 이상 굶어 판단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신감정 결과 김씨의 범행과 조현병은 관계가 없었다. 김씨는 15년간 수감 생활해 가족과 친구가 거의 없었고, 건강이 안 좋아 일자리까지 얻지 못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누구든지 살해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범행 당일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영원히 격리해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2017년 1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국가가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자에게 해악으로 답하는 건 또 다른 비문명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사실상 사형과 무기징역에 차이가 없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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