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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아시아나 ‘비상구 앞 좌석’ 비워놓기 갑론을박…비상탈출 늦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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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구 비상개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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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OZ8124) 여객기에서 착륙 중 비상구 앞 좌석 승객이 250m 상공에서 비상구 문을 갑자기 열어버린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이 사건이 난 항공기와 같은 기종(A321-200) 운항 때는 이번 사건 발생 비상구 앞 좌석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항공사들은 “안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21 기종 가운데 한 모델이다. 전 세계적으로 1500대 이상 팔렸고, 국적 항공사 중에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저비용항공사들이 많이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항공기에는 앞과 뒤 출입문(4개) 외에 가운데 양쪽으로 비상구 4개가 설치돼 있다.

또한 항공기가 300m 이상 고도로 운항 중일 때는 항공기 안과 밖의 기압 차이 때문에 일부러 비상구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다. 이번처럼 착륙 직전과 이륙 직후 등 지상 300m 이하의 저고도 운항 상태에서만 기압 차이가 감소하면서 사람의 힘으로도 문을 열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은 “A321-200 기종의 비상구 4개 중 이번 사건이 난 곳 앞 좌석에만 승객을 앉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3곳은 이·착륙 시 승무원이 배치되거나 승객이 앉은 상태로는 비상구 문을 직접 개폐할 수 없어 그냥 앉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객기 승무원(조종사 제외)은 승객 50명당 1명 꼴로 배정된다. 이·착륙 시 모든 비상구와 출입구 앞마다 배치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비상구 앞 줄 좌석 승객들은 위기 상황 시 승무원을 도와 승객들의 탈출을 도울 의무가 있다. 항공기 출발 전 비상구 앞 좌석 탑승객들에게 이를 안내하기도 한다. 이에 비상구 앞 좌석에 승객을 앉히지 않는 게 적절한 대책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 착륙 시나 기내 돌발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승객이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비상구마다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다. 탈출 용도로 누구나 문을 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는 방법을 그림이나 영어(공용어)로 설명해야 한다. 승객이 비상구를 무조건 못열게 하는 게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승무원 수를 늘려 그 자리에 배치하는 게 더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321-200 기종의 비상구 여는 방법이 후속 기종보다 쉽게 설계된 것을 이번 사건 발생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후속 기종인 A321-200 네오 모델은 비상구에 자동 잠금 장치가 추가돼, 이번과 같은 문제 발생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네오 기종에선 잠금 장치부터 풀어야 비상구를 열 수 있다. 보잉사 제작 항공기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특정 승객 탓에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항공기에서 찾으려다 보니 ‘장점’을 ‘허점’으로 둔갑시켜 대응책을 내놓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 시에 대비해 비상구 앞 좌석에서 손을 뻗어 바로 열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이를 보안 허점으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비상 탈출이 필요한 상황에선 비상구를 쉽게 빨리 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상구 앞에 승객을 앉히지 않거나 잠금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거꾸로 비상 상황 시 승객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비상구 여는 시간을 지연시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잠금 장치를 추가한 기종으로 항공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해결책은 못된다”고 짚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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