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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北 위성발사, 韓 패싱 日에만 통보…정부 "응분의 대가 치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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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9일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공식화한 데 대해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도 북한의 위성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3국 공조 행보를 더욱 공고히 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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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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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외교부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어떠한 구실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즉각 보고됐다.



한국 ‘패싱’…일본 통보하며 '최소' 정당성 확보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오는 31일 0시부터 다음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한국은 ‘패싱’한 채 국제해사기구(IMO)의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게만 통보한 것으로, 위성 발사 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규범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종의 명분 쌓기라는 뜻이다. 실제 북한은 IMO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관련 국제기구에는 아직 발사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통보를 받은 일본 해상보안청은 서해·동중국해·필리핀 제도 루손 섬 일대 등 3개 해역에 대해 항행 경보를 내렸다. 위성 발사시 단 분리된 추진체들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해역이다.



김정은 지시 2년 반 만에 준비 끝…신중한 택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군 정찰위성 발사를 과업으로 제시했다. 이날 발사일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김정은의 지시 2년 반 만에 '초읽기'에 돌입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사실상 발사 기한으로 제시했던 올해 4월보다는 다소 늦어진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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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9일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현장에 함께 동행했다. 김 총비서는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내라″라고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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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발사 시점을 놓고 정치적 조율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지난 25일 한국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것도 일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한국이 위성 발사에 먼저 성공한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발사에 실패한다면 한국과 직접 비교되면서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5말6초'를 발사 시기로 정한 배경은 한·미가 다음달 중순까지 대규모 화력격멸훈련을 벌이는 데 대한 대응의 의도로도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위성 발사 이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6월 초), 휴전기념일(7월 27일) 대규모 열병식 수순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대내적으로는 체제결속과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화성-18형처럼 고체연료 가능성 거론



북한은 이번에도 2012년과 2016년 각각 광명성 3호·4호를 발사했던 동창리 발사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동창리 발사장에 지난달 말부터 '고체 연료용'으로 추정되는 새 발사대가 빠른 속도로 건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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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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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험 발사에 성공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처럼 새 위성에 고체연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광명성이 발사된 기존 발사대는 액체연료에 적합한 시설”이라며 “화염 배출 등을 감안해 고체연료에 적합한 새 발사대를 짓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고체연료는 즉시 꺼내 발사가 용이하다. 반면 액체연료 기반의 위성이라면 통상 1~2주 전부터 연료 주입 등 관련 활동이 드러나야 하는데, 아직은 이와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점도 북한이 준비하는 발사체가 고체연료 기반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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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5월 23일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새 발사대 위성 사진. 38 노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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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 발사대의 북동쪽 1.3㎞ 지점에서는 새로운 VIP용 관측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찰위성이 발사된다면 김정은이 이곳에서 관람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공조…북한 고립 심화 불가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할 경우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기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응분의 대가’ 등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상당히 수위 높은 표현이 외교부 발표에 담겼다”며 “도발이 이뤄지면 한·미·일은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외교적으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어떤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추가적인 불법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냈다.

일본도 북한의 위성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자국민 안전에 중대한 문제로 규정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 영역에 낙하할 경우에 대비해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이 파괴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상 비행하는 위성을 요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단 분리된 1·2단 동체나 위성 본체가 일본에 추락하는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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