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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체포 과정서 경찰봉에 노조원 부상... 경찰 3명도 쇠파이프에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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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포스코서 고공 농성 진압 중 충돌
금속노련 간부들 이틀간 경찰에 체포
한국노총 "경찰이 폭력적 부분만 부각"
경찰 "형사 3명 다쳐... 불가피한 상황"
한국일보

경찰이 31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공 농성장에서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진압에 나서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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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공 농성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관계자 체포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 관계자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경찰이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대응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남경찰청은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공 농성 중인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체포했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옛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광양제철소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김 사무처장이 29일부터 고공 농성에 돌입했고, 경찰이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체포에 나선 것이다.

경찰 체포 작전은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이뤄졌다. 경찰관 4명과 소방대원 2명이 두 대의 사다리차에 나눠 타고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 접근했다. 김 사무처장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했고, 경찰은 플라스틱 경찰봉을 여러 차례 휘둘러 김 사무처장을 제압했다. 경찰봉을 맞고 쓰러진 김 사무처장은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한국일보

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설치된 7m 높이의 고공 농성장 앞에 에어매트가 깔려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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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는 전날도 경찰과 노조원 간 충돌이 발생했다. 전날 오전 9시 45분쯤 고공 농성장 주변에 경찰이 에어매트 설치를 위해 접근하자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이 이를 저지했다. 그러자 경찰 5, 6명이 김 위원장을 붙잡은 채 무릎으로 목을 누르고 제압한 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의 대응에 한국노총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속노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의 폭압적인 강제 연행을 규탄한다"며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을 즉각 석방하라"고 밝혔다. 금속노련은 전날도 "2020년 미국 경찰이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를 진압하던 장면이 떠오른다"며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에 대한 과잉 진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에 노조원들 저항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전남청 관계자는 “농성자가 망루 꼭대기에서 흉기를 들고 저항해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경찰봉으로 제압한 것”이라며 “형사 3명도 쇠파이프에 손등을 맞아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고공 농성장에는 쇠파이프에 정글도까지 있어 강경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전날 김 위원장 체포 과정에 대해서도 "노조원이 극렬하게 저항하다 보니 수갑을 채우고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며 "시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집회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번 대응은 "불법시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경찰 진압 작전 동영상을 공개하며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정글도를 사람을 향해 휘두르지 않고, 현수막 제거 용도로 사용했다"며 "쇠파이프도 망루에서 뜯어내 방어용으로만 경찰 방패를 향해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노조의 공격적 모습을 부각시키고 폭력 진압을 정당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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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찰청이 31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농성장에서 입수한 정글도(왼쪽부터)와 쇠막대기, 석유통. 전남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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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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