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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누리호 성공·한미일 밀착에 … 北, 정찰위성 조기발사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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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위성발사 실패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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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에 파문을 일으키려다가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에 따라 한·미·일 공조에 맞서 군사력 증강을 시도하던 북한의 시간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실은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은 31일 발사 직후 1단 로켓은 분리됐으나 이후 2단 로켓 엔진이 작동되지 못하고 서해상에 추락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으면서 지휘했다.

이번 로켓 발사 실패에서는 이례적인 북한의 조급함이 감지된다. 북한은 애초 국제사회에 '5월 30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발사 가능 예고 기간이 시작된 지 불과 6시간여 만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발사를 서두른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발사 실패 직후 내놓은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는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엔진) 체계의 믿음성(신뢰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기술자·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위성을 실은 신형 발사체(천리마-1형)가 핵심 분야인 엔진과 연료 관련 계통에서 모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하고 신뢰성도 담보하지 못할 정도로 충분한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며 "사용된 연료도 기존 로켓 연료보다 성분 조성비를 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서두른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수뇌부의 재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북한은 이번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지난 4월까지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일정이 지연되면서 지도부의 조급함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최근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한 것에 자극받아 일정을 더 빠듯하게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주말 한국과 미국, 일본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3국 간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북측의 발걸음을 재촉했을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이번 발사 때 과거 일직선이었던 발사체의 비행 경로를 무리하게 동쪽으로 변경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보위 여당 측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브리핑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이 북측의 위성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통상 20일 정도 소요되는 (발사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면서 발사장 공사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조급히 강행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했다. 유 의원은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동창리 현지에서 발사를 참관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발사 때 드러난 기술적 결함의 원인을 밝혀 해결책을 마련하고 여러 부분의 시험을 거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2차 발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2012년 4월 '광명성-3호' 1차 발사 실패 때에는 8개월 이후 재도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일정을 앞당길 공산이 크다.

장 교수는 "북한의 경우는 최소의 고장 원인 조사를 통해 큰 문제를 확인하고 수정한 후 바로 발사할 개연성이 높다"며 "수주일 내로 2차 발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군 당국에서는 북한의 2차 발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2차 발사도 실패한다면 정권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훈 기자 / 박윤균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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