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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월성원전 인근 암 발생 평균 이하" 정부 발표, 유해성 우려내용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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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 일부 공개
'월성원전 인근 주민 암 발생비 전국 평균보다 낮다'지만
민관협의회에선 '원전 5~10km 암 발생비 뛰어'
주민들 "정보 서면 공개하라" 설명회 파행
한국일보

경주 월성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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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암 발생비가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 방사선 노출도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한 조사 결과에는 '원전 인근 일부지역에서 암 발생비가 높다'는 등 유해성을 우려할 만한 내용이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31일 일부 공개했다. 이번 건강영향조사는 월성원전 인근 3개 읍·면(경주시 양남면·문무대왕면·감포읍)의 주민을 대상으로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진행했다.

조사결과를 요약한 환경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암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3개 읍·면의 표준화 암 발생비는 남성의 경우 전국 대비 88%, 여성은 82% 수준이었다. 표준화 발생비는 표준인구집단 발생률에 대비해 특정 집단의 발생률을 95% 신뢰 수준에서 비교한 것이다.

환경부는 또 갑상선암의 경우 월성원전 주변 여성 주민의 발생비가 전국 대비 84% 수준이라고 밝혔다. 남성의 갑상선암 발생비는 전국 대비 3% 높았으나 신뢰수준을 고려하면 유의미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 874명의 소변 중 삼중수소 농도측정 결과, 방사선 노출량은 0.00008mSv/y로 일반인의 법적 노출기준(1mSv/y) 대비 1만 분의 1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일부 공개된 내용은 전체 조사의 단면만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12월 민관협의회 당시 공개된 최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읍·면 중에서도 원전과 가까운 지역의 경우 전체 암의 표준화 발생비가 원전에서 먼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전 반경 5㎞ 이내에 위치한 9개 리의 경우 전체 암 표준화 발생비가 약 12%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원전 반경 5~10㎞에 위치한 14개 리의 표준화 발생비는 5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반경 60~100㎞에 위치한 마을을 비교집단으로 분석한 결과다. 반면 원전에서 반경 10㎞ 바깥에 있는 비교집단의 경우 표준화 발생비가 낮았다. 당시 연구진은 "원전 반경 5~10km의 암 발생은 비교대상 다른 지역 대비 1.5배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반경 5km이내는 표준화 발생비가 높아지는 듯 보이나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전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건강 피해를 걱정할 만한 결과는 숨기고 일부 결과만 공개하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오전 환경부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발전협의회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서면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자 행사를 중단하고 다음 달 8일로 설명회를 연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 달 서면 자료와 함께 주민 설명회를 마친 뒤 최종 보고서와 결론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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