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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3세 정유정, 과외앱 통해 혼자 사는 여성 찾아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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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의 신상이 공개됐다. 부산경찰청은 1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등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정유정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처음부터 해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살인사건을 다룬 방송 매체와 서적을 탐독하다 살인 호기심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정유정은 당초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가족과 경찰의 설득에 지난달 31일 밤 “살인해보고 싶어 그랬다”며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등에게 사과의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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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은 1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20대 여성을 살해,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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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쯤 교복 차림으로 A씨 집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그 일부를 낙동강변에 유기한 혐의(살인)로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경찰 수사에서 그는 과외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 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를 사칭한 정유정은 “아이를 집으로 보낼 테니 가르쳐 달라”고 요청해 약속을 잡은 뒤 중고 온라인 상점에서 산 교복을 입고 A씨 집에 찾아갔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체구가 작은 편인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혼자 사는 여성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A씨를 알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A씨와 대화를 나누며 다른 사람은 없는지 확인한 뒤 준비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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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A씨 집을 나서기 전 범죄 흔적이 남은 옷을 갈아입었다. 집으로 돌아와 여행용 캐리어 등을 챙긴 그는 가게에서 락스와 비닐봉지 등을 사들고 다시 현장으로 갔다. 그는 시신이 남아 있는 집 현관문을 바깥에서 당기기만 하면 열리도록 조치한 뒤 물품을 챙겨온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휴대전화 감정(포렌식) 과정에서 그가 범행 3개월 전부터 ‘시신 없는 살인’ 등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사실도 드러났다.

시신 일부를 비닐봉지와 캐리어에 담은 정유정은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지갑과 신분증 등도 챙겨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캐리어를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며 “완전범죄를 기도했지만 시신 유기 장소 등은 분명히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시 집을 나선 정유정은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변으로 가 시신을 유기했다. 하지만 나머지 시신 처리 등을 위해 캐리어는 버리지 않았다. 행색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정유정을 찾았을 땐 A씨 신분증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정유정에게는 함께 사는 가족이 있었다. 하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수년간 주변과 교류 없이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준비했지만, 실제 직업을 가진 적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정신병 진단을 받은 적이 없으며, 다른 전과도 없다”며 “프로파일러가 수사에 참여하고 있고 사이코패스 성향 검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사람을 해치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온라인에서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대상자를 물색한 점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짙어 보인다. 연쇄살인 성향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며 “예상하고 대비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게 이 같은 사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사건 발생 현장 인근 원룸에 사는 여대생 B씨는 “실제 해당 앱을 사용해 과외 학생을 찾는 친구들이 많은데 정유정이 피해자를 물색하고 접근한 방식에 충격이 컸다”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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