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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큰 오리라고 생각” 백조 잡아먹은 10대들에 뉴욕 마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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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암컷 백조 '페이'와 새끼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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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마을에서 명물로 여겨지던 암컷 백조 한 마리가 10대들에게 잡아먹히는 일이 벌어졌다.

31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오논다가 카운티의 맨리어스 마을에서 지난 27일 암컷 백조 ‘페이’와 새끼 백조 4마리가 실종됐다. 페이는 수컷 ‘매니’와 함께 지난 10년간 맨리어스 마을에서 지냈다. 페이와 매니, 그리고 새끼 4마리로 구성된 백조 가족은 이 마을에서 마스코트로 여겨질 만큼 인기가 많았다. 마을 로고는 물론, 여러 간판과 배너에도 백조가 그려져 있을 정도다. 티셔츠와 모자 등에도 백조 그림이 새겨 넣은 굿즈도 판매됐다.

마을 주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페이와 새끼들이 지난 주말 돌연 자취를 감췄다. 며칠이 지나도 수컷 매니를 제외하고는 백조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백조 사냥이 합법이지만, 뉴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뉴욕 시러큐스 출신의 10대 청소년 3명이었다. 각각 18세, 17세, 16세였다. 이들은 한밤중 연못에 들어가 백조를 사냥하다, 이 과정에서 암컷 페이가 죽자 잡아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중 한 명의 이모가 요리를 해줬다고 한다. 이들은 페이를 ‘큰 오리’라고 생각했으며, 새끼들은 애완용으로 키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끼 백조 4마리는 무사히 돌아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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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페이'와 수컷 '매니', 그리고 4마리 새끼들로 구성된 백조 가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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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3명은 지난 30일 절도 등 혐의로 체포됐다. 이 가운데 17세, 16세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처벌 없이 부모에게 인계됐다. 다만 18세는 법적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한밤중에 연못에 몰래 들어가 둥지를 틀고 있는 백조에게 달려들었다”며 “페이는 크게 저항하지 못하고 연못에서 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이 부족해서 그랬던 게 아니다. 백조를 큰 오리라고 생각하고 사냥하고 싶어 했던 것”이라고 했다.

현재 홀로 남은 수컷 매니는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백조는 일부일처제를 하는 동물이어서 짝이 죽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짝을 따라 죽거나, 갑작스럽게 새끼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맨리우스 마을 이장 폴 워럴은 “새끼 백조 4마리에게 매니가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도 있어 다른 장소로 옮길 예정”이라며 “다만 새끼 백조들은 계속해서 마을 연못에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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