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유한기 문자' 내민 이재명…法 "궁금하네, 그걸 왜 갖고 있나"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증인이 문자를 받은 시간이 9시 42분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거를 보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궁금하네요. 그걸 왜 피고인이 가지고 계시는지.” (재판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의 재판에서 ‘출처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직접 신문하면서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에게 보낸 것’이라며 제시한 문자에 대해 검찰이 확보 경위를 추궁하면서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6차 재판엔 황 전 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대표는 황 전 사장이 유한기 전 본부장을 통해 사직을 강요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가 (황무성이 유한기에게 보낸) 문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답장을 받았냐고 물었다.



이재명 ‘유한기 문자’ 제시…검 “확보 경위 밝혀라”



황 전 사장이 “받은 적이 없다”고 하자, 이 대표는 “황 전 사장이 (유한기로부터) 문자를 받은 시간이 9시 42분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보니”라며 유한기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왜 퇴직 문제를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하냐’며 황 전 사장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황 전 사장은 재차 “처음 듣는 내용이다. (문자엔) 유한기가 나를 만나 얘기했다고 돼 있는데, 만난 적도 없다”며 “녹취록이 나오고 나서 (유한기가) 연락을 딱 끊었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유한기가 황무성에게 보냈던 문자뿐 아니라 황무성이 유한기에게 보냈다는 문자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인데, 어떤 경위로 어떻게 확보된 것인지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 역시 “그걸 왜 피고인이 가지고 있느냐”며 의구심을 표하자 이 대표는 “유한기가 아는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라고 얼버무렸다. 검찰이 전달받은 시점 등을 더 캐묻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정확한 경위를 찾아봐야 한다”며 추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정민용 “김문기와 이재명에 보고”



중앙일보

정민용 전 실장(왼쪽)이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엔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증인으로 나와 2016년 1월과 2월, 1공단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상급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언이 나온 거다. 정 전 실장은 “내가 (보고를) 들어간 부분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분리할 거냐 말 거냐는 부분”이라며 “분리할 때의 법적 문제를 법무팀과 김 전 처장이 얘기했다. 그 부분을 (이재명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해서 따라갔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보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거론했다. 정 전 실장은 “회의가 길어졌는데, 김 전 처장이 ‘이재명한테 왜 말을 안 하냐’고 해서 ‘옆에서 거들었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6년 1월 보고 당시 이 대표가 시장실 책상 가운데에 앉고, 그 오른편으로 차례대로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 김 전 처장에 이어 자신이 앉았다고도 했다. 정 전 실장은 “내가 막내 직급이라 (모두를) 모시고 들어갔었기 때문에 전부 기억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전 실장은 2017년 6월,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사 배당이익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에게 대면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김 전 처장은 시장이 결정을 어떻게 하더라도 민간과 성남의뜰에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래서 저랑 같이 전부 들어가서 보고드렸다”고 했다. 또 이 대표의 2017년 3월 1공단 공원화 사업 기자회견을 앞두고선 김 전 처장이 ‘시장님에게 전화해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사측 실무책임자였다. 이 대표는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방송사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며 고의로 거짓말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2015년 1월 호주 출장을 같이 가는 등 잘 아는 사이라는 게 검찰의 기소 근거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