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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직접 그려야 웹툰작가지” 업계 확산한 AI 금지령, 창작자도 환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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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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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창작자 AI 활용에 제동을 걸었다. 웹툰 작가를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던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생성형 AI 활용을 둘러싼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이 콘텐츠업계를 달구자, 여론 의식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웹툰이 주최하는 공모전에 생성형 AI를 금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먼저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는 오는 6일까지 접수하는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 게릴라 공모전에서 ‘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 작품만 받는다’고 명시했다. 시놉시스·원고·그림 콘티 등과 함께 직접 그렸다는 것을 인증할 자료를 제출받는 한편, 후보작으로 뽑힌 작품 창작자와 사전 인터뷰를 통해 AI 활용 여부도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신작과 공모전 등에서 생성형 AI 관련 논쟁에 휩싸인 네이버웹툰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막았다. 지난달 23일부터 진행한 1차 접수 단계는 AI 관련 규정이 없었지만, 지난달 30일 시작한 2차 접수부터는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없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AI 웹툰 기술에 공들이던 네이버·카카오 ‘난감’=이번 일을 계기로 당분간 플랫폼이 작품 창작에 있어 AI를 전면에 내세우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챗GPT 열풍으로 각 산업에 생성형 AI 활용 사례가 늘어나기 전부터 웹툰 관련 AI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019년 컴퓨터 비전 분야 AI 스타트업 ‘비닷두(V.DO)를 인수한 뒤 지난해 2월 기술조직에서 AI 부문을 별도 분리해 ’웹툰AI’ 조직을 설립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연구 인원은 60여명으로, 석박사 비율도 63%에 달한다. 현재 공개된 기술로는 ▲자동 채색 지원 프로그램 ‘웹툰 AI 페인터’ ▲사진·영상을 웹툰 화풍으로 실시간 변환해주는 ‘웹툰미’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이미지에서 배경 제거하는 ‘자동 배경 분리’ 등이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AI 기반 이미지 생성 앱 ‘비디스커버(B^DISCOVER)’를 출시했다. 이는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AI 아티스트 ‘칼로’를 활용한 것으로, 해당 앱을 통해 영어로 제시어를 입력하면 팝아트·그래피티·일러스트레이션·만화·애니메이션 등 30개 화풍 이미지가 자동 생성된다. 이어 지난 3월에는 두 번째 이미지 생성 AI 웹 서비스인 ‘비에디트(B^EDIT)를 오픈 베타로 선보였다.

이들 기업이 웹툰 제작 AI 솔루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기술로 기존 고강도 작업 환경이 개선되면 더 많은 창작자가 시장에 뛰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서다. 즉,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생태계’가 업계가 지향하는 방향성이다.

◆“AI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잘 쓰면 약 된다”=AI를 활용한 웹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여론과 달리, 창작자와 업계 전문가들은 저작권 문제나 웹툰 작가 일자리 축소 같은 우려에도 웹툰 AI 자체에는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편이다. AI 기술 발전이 콘텐츠 제작사(CP)를 거치지 않고서도 작가 개인이 웹툰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AI는 웹툰업계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령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과도한 업무량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 복제물을 감시하거나 폭력적 혹은 선정적인 콘텐츠를 차단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에니메이션텍 교수는 지난달 2일 열린 ‘디지털시대의 웹툰 제작과 기술 포럼’에서 “웹툰 AI 발전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았다. 한 교수는 일본 만화 ‘진격의거인’을 비유로 들며 “인류가 식인종 거인 침략을 막기 위해 두꺼운 방벽을 세웠지만, 거인은 기어이 방벽을 넘고 성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AI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차라리 이를 적극 이용해 현 만화계가 겪는 작가의 과도한 노동문제, 대형 스튜디오 종속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삼자는 것이 한 교수 주장이다.

권혁주 한국웹툰작가협회장도 자체적인 웹툰 제작 기술 도입 중요성을 강조했다. 챗GPT 등 자연어 처리 AI 모델로 대화형 대본 작성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디지털 기술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권 협회장은 “국내에서 웹툰 전문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웹툰 작가들의 기술과 지식을 지속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웹툰 작가들 의견과 노하우를 반영한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국내 웹툰 산업은 더 성숙하고 발전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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