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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캐리비안 베이 요원이 눈 안 마주치는 이유? 여러분 안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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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유제광 삼성물산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라이프가드 파트장의 모습.[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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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라이프가드(안전 요원)들이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이유요? 각자 자기가 맡은 구역을 그물망처럼 면밀히 관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고객들 문의에 고개를 안 돌리고 눈을 안 마주쳐도, 오해하지 마세요.”

국내 최대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가 지난달 26일 본격 개장한 가운데, 안전을 총괄하는 유제광 삼성물산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라이프가드 파트장은 안전 요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자기가 맡은 현장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종종 이용객들이 안전 요원들에게 시설 이용과 관련된 다양한 궁금증을 문의하는데, 요원들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답변을 하는 경우를 상당수 목격하게 된다. 몇몇 이용객들은 눈을 쳐다보지 않고 답하는 안전 요원들이 무례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안전 요원들은 그들이 지켜야 할 수칙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약 23년간 근무하며 하루 250명(전체 350명)의 안전요원들을 총괄하고 있는 유 파트장은 ‘캐리비안 베이’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그야말로 ‘베테랑 라이프가드’이다.

유 파트장은 새롭게 오는 캐스트(아르바이트 라이프가드)들을 가르칠 때마다 항상 맡은 현장에 대해 눈을 떼지 말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가 겪은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생생한 교재다.

2004년께 초년병이던 유 파트장은 물 속에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던 6세 여자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아이는 자기 키보다 높은 물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 물보다 높이 뜨는 것을 ‘양성 부력’이라고, 물 아래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음성 부력’이라고 한다. 사람이 물 위에 뜨거나 가라앉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물에 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은 채 푹 잠겨 있었다. 이른바 ‘중성 부력’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럴 때 아이는 속으로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지만, 언뜻 봐서는 이 아이가 물 속에서 노는 것으로 보일 뿐 처한 위험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당시 유 파트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자마자 물 속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했다. 아이는 밖으로 나오자 마자, 물을 토해내고 눈물을 흘리며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유 파트장은 “그런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파도가 넘실대는 풀 장에서 안전 요원은 물의 위, 중간, 바닥까지 한 순간도 눈을 떼선 안 된다”며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300명이 넘는 캐스트들에게 매번 교육 때마다 해당 사례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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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광 삼성물산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라이프가드 파트장이 동료 라이프 가드들에게 인명 구조 교육을 하는 모습.[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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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파트장은 가장 기초적인 안전 사고부터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햇볕을 받은 젊은 여성들이 쓰러지는 경우도 워터파크에선 잦다고 한다. 오랜만에 수영장에 오다 보니, 무리한 식단 관리 등으로 갑작스레 현기증을 느껴 ‘저혈류성 쇼크’를 경험한 여성들이 여름에는 늘어난다는 것. 잠시 쉬고 나면 회복되는 경미한 수준 사고가 대부분이지만, 이 역시 에버랜드 비상통신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이상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파트장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성수기 여름철의 안전 관리 수준을 예년보다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네킹을 물에 빠트리거나, 안전요원들이 이용객을 가장해 다른 요원들의 특정 안전 사고 대처 수준을 살필 것”이라며 “캐리비안 베이 이용객들이 급증해도 안전 대비에 무리 없도록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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