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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나가려는 자 들어오려는 자" 비싸진 햄버거 시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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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내로라하는 햄버거 브랜드들이 매물로 나왔다. 어떤 브랜드는 한국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미국 본사 때문에, 어떤 브랜드는 '엑시트'를 원하는 사모펀드 때문에 시장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런 햄버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기업도 숱하다. 누군가는 나가려 하고, 누군가는 들어오려는 햄버거 시장의 민낯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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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동원산업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무산됐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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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발을 빼려 하고 누군가는 발을 내디디려는 곳, 햄버거 시장이다. '맥도날드(한국맥도날드)' '버거킹(비케이알)'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 등 대표 햄버거 브랜드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와 있는 그 시장에서 '한화갤러리아(파이브가이즈)' '신라교역(파파이스)' 'bhc그룹(슈퍼두퍼)'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리송한 이 시장에 소비자는 있을까. 햄버거 시장과 소비자의 설 자리를 하나씩 살펴보자.

■ 현황➊ 5조원 햄버거 시장 = 국내 햄버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혼밥' '배달' 수요가 증가한 게 햄버거 시장이 커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쉐이크쉑(SPC)' '고든램지버거(진경산업)' 등 새로운 브랜드가 끊임없이 시장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햄버거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도 부쩍 늘어났다. 지난 5월 31일 미국 3대 햄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인앤아웃'이 서울 신사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자 새벽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건 대표적인 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호텔외식경영학) 교수는 "어떤 시장이든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소비자의 관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햄버거 시장의 경우 글로벌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진입하면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져 시장도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2조원대(이하 유로모니터)에 머물던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서 올해 5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 현황➋ 신사업은 햄버거 = 숱한 기업이 신사업으로 햄버거를 택하는 건 어쩌면 이같은 환경 때문이다. 언급했듯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6월 말 서울 강남역 인근에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론칭한다. 파이브가이즈는 오너 3세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직접 추진하는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치킨 브랜드 bhc를 운영하는 bhc그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슈퍼두퍼'를 론칭했다. 현재 강남점·홍대점을 운영 중으로 오는 9일 코엑스에 3호점(스타필드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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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가 6월 서울 강남에 ‘파이브가이즈’를 론칭한다.[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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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원양어업 전문기업 신라교역이 '파파이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파파이스는 1994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적 부진으로 2020년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신라교역과 손잡은 파파이스는 현재 점포 수를 7개까지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가 과거 정크푸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끼 식사,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면서 "젊은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햄버거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우려➊ 왜 안 팔리나 = 이처럼 햄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이 숱한데 정작 M&A 시장에 나온 거물급 햄버거들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가 햄버거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팔려는 기업'들이 시장의 평가보다 '높은 몸값'을 원한다는 거다.

실제로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의 희망 매각가는 각각 5000억원, 7000억원, 1조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수자가 제시하는 몸값은 이보다 낮은 탓에 실제 매각이 이뤄지는 사례는 드물다.

맥도날드의 경우 올해 초까지 동원산업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과 조건 등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동원산업 측은 맥도날드가 원하는 5000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2000억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스터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맘스터치를 보유한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는 1조원대에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 2019년 창업주인 정현식 회장의 보유 지분 56.8%(현재 지분율은 100%)를 1937억원에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금액에서 매각에 성공하면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문제는 시장 안팎에서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사모펀드의 욕심 탓인지 현재까지 매각에 성공한 건 '눈을 낮춘' KFC뿐이다. 2017년 CVC캐피탈로부터 KFC를 인수한 KG그룹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에 재매각했다. KG그룹은 당초 1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원했지만 실제 매각은 600억원대에 이뤄졌다.

■ 의문➊ 소비자는 어디에 = 문제는 숱한 브랜드가 들고 나는 시장에 정작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햄버거 가격이 나날이 비싸지고 있다. 여기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지만 햄버거 브랜드들이 너나 없이 '프리미엄화'를 지향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1만원이 훌쩍 넘는 햄버거를 출시해 매출 규모를 키우고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거다.

'신메뉴 개발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내세운 버거킹이 지난 4월 값비싼 프리미엄 버거를 출시한 건 대표적 예다.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밋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퍼 미트 프릭(2종)'이라는 긴 이름으로도 주목 받은 이 제품에는 패티가 각각 4장, 3장 들어있다. 프리미엄 버거를 지향하는 만큼 가격은 단품 기준 1만6500원, 1만4500원에 책정됐다. 세트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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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식물가지수(20 20=100)는 2020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29개월 누적된 외식물가지수 상승률은 16.7%(100.34→117.15)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햄버거 가격 상승률은 27.8%(95.89→122.55)로 이보다 훨씬 높았다. 피자 24.2%(96.35→119.72), 김밥 23. 1%(101.51→125.02), 생선회 20.3%(101.55 →122.22) 등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높은 상승률이다.

매출 규모를 키워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든,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든 햄버거 브랜드들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치열한 눈치 전쟁이 펼쳐지는 햄버거 시장에 정작 소비자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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