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4대 불가' 방침 통보한 중국…"한중관계, 수교 이후 역대 최악" 평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중국 정부가 최근 윤석열 정부에 한중협력을 위한 조건으로 이른바 '4대 불가'(不可) 방침을 전했다는 보도에 대해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중국 고위 당국자를 만난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은 중국 측이 이같은 방침을 가지고 있으며 수교 이후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2일 <프레시안>과 만난 우수근 회장은 전날 주북 대사를 지낸 중국 유력 부처의 차관급 인사와 만남을 가졌다며 '4대 불가'는 중국 측이 가지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이 방침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한중협력이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5월 31일 <한겨레>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22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서울에 와서 윤석열 정부에 한-중 관계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4불가’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양국은 서울에서 최용준 동북아국장과 류진쑹 사장 간 한중 국장급협의를 가졌다.

신문은 4대 불가에 내용에 대해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한-중 협력 불가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 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협력 불가 △현재와 같은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고위급 교류(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불가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 회장은 "사실 4대 불가 방침은 중국이 기존에 써왔던 화법과는 다르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간접적이고 애매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중국이 4대 불가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작정을 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중국 측은 우리가 대만 문제까지 때리는 것을 보며,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이렇게 빠르게 악화되는 건 처음이라고 평가하더라"라며 "정권이 바뀌면서 한중관계가 확 변했는데 지금은 외교부 장관 간 만남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프레시안

▲ 지난 5월 22일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오른쪽)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서울에서 만나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 회장은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4월 12일(현지시각) 광저우에 있는 엘지(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한국과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였으나 일주일 뒤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정책과 반대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중국 측은 윤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깎으려고 일부러 더 그런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당시 인터뷰를 한중관계가 악화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는 "4대 불가 원칙은 중국이 그동안 한중관계와 관련해 일정 부분 준비해서 발표하게 된 것인데, 실제 조치들을 조금씩 실행한 다음에 (한국의) 반응을 보고 완급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시작했다는 것이 우 회장의 평가다. 그는 "중국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정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관에서 이유 없이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들을 실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이렇게 악화된 한중관계가 자칫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지난 2,3,4월 동안 중국 현지에 방문해서 여러 중국 관료들을 만나면서 한국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엑스포를 잘 치르도록 중국이 도움을 줘야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이웃이니까 상부상조 해야 한다'고 하더라. 이건 서로 잘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한국과 사우디아라바이가 유치를 경합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자국과 가까운 나라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으면 그만큼 우리는 불리해지는 것"이라며 "우리의 엑스포 유치를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인 지지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중국 측이 한국에 '사드 3불(不)' 입장을 존중하고 재확인해줄 것을 촉구했다는 관측에 대해 것에 대해 우 회장은 "중국 정부 입장이 맞다"라며 중국이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체제)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10월 30일에 발표한 입장을 의미한다.

냉전식 '편가르기' 아닌 유연한 외교 펼쳐야

악화된 한중관계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주중대사를 지냈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중국에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 회장은 "중국은 한국이 대통령에 의해 좌우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권영세 장관의 말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설사 특사로 중국에 온다고 해도 중국인들이) 별로 기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미국만 바라보는 외교를 하고 있다. 중국도 현 시점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은 한국을 조이는 시기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내년에 총선도 있기 때문에 (권 장관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우 회장은 지난 2~3월 중국 중앙정부의 초청으로 산둥성을 비롯한 7개 지역을 방문해 국제교류 담당자, 과학기술 및 농업 담당자들을 만나 현지 상황을 살펴보고 관료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4월에는 지린성의 장춘과 옌볜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방문에서 중국 관료들이 미중관계 속에서 한중관계가 유탄을 맞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국이 미국과 관계를 소홀히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쪽(미국)만을 선택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중국은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 쪽으로 다가오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을 배려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사안별로 국익에 맞게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한다고 하면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고, 이렇게 하면 양국이 오히려 한국에 더 공을 들일 거라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우 회장은 양국 최고지도자 간에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측근과 한국 인사 간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중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구도 형성도 한국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연하게 전개해 나가면 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냉전식의 '고정불변' 외교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했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는 양국 국민들의 상대에 대한 감정도 완화시켜 나가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한복과 김치 등을 둘러싼 사안에서 중국 일부 네티즌의 무리한 주장이 한국에서는 마치 중국인 전부의 생각인 것처럼 왜곡되어 유통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한복과 김치 모두 한국의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한 성의 부성장이 자기 손녀가 한국의 한복을 좋아한다고 한국에 가면 구입 대행을 좀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중국은 한복을 중국의 복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지린성 장춘과 옌볜에는 조선족의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한국어로 된 간판이 밀집돼 있는 지역과 민속촌 등이 있는데, 코로나 등으로 한국 입국이 어려웠을 때 많은 중국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중국에는 한국의 문화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와 한복을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은 일부 네티즌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한국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린성에 이를 체험하러 오는 것"이라며 양국 간 고위급 간 만남뿐만 아니라 국민들 간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민간 차원의 많은 교류와 만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