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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톈안먼’ 34주년 지우는 중국…반체제 인사 ‘구금’하고 곳곳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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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근처 거리에서 공안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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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천안문) 시위 34주년 기념일인 4일, 중국 당국은 삼엄한 조처로 베이징·홍콩 등 주요 지역을 통제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에 반대하는 현수막 시위가 열렸던 고가도로의 표지판이 사라졌고,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는 4년째 기념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이 시위와 관련 있는 반체제 인사들은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것으로 강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중심부인 톈안먼 광장 부근에는 1~2주 전부터 공안들이 다수 배치되고 이곳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통제됐다. 톈안문의 본성인 즈진청(자금성)을 목적지로 해 택시 등 차량을 호출하면, 가까운 출입구가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려야 한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직전 연임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하이뎬구의 ‘쓰퉁차오’(사통교)는 최근 다리 이름이 적힌 도로 표지판이 제거됐다. 지도 앱에서도 이 다리를 찾을 수 없다. 이날도 ‘바이두 지도’ 등 지도 앱에서 쓰퉁차오를 검색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해 당 대회 닷새 전인 10월13일 시 주석과 중국 코로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 두 개가 내걸린 곳이다. 현수막에는 붉은 손글씨로 ‘핵산(코로나 검사) 말고 밥을’, ‘영수 말고 투표를’ 등 6개 문구가 적혔고, 또 다른 현수막에는 ‘독재, 나라의 도적 시진핑을 파면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베이징 전역의 고가 도로와 육교 등에 감시원이 배치됐다. 그러자 감시 카메라 없는 화장실 등에서 비슷한 문구가 발견됐다.

톈안먼 시위 이후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어 온 홍콩에서는 올해로 4년째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홍콩에서는 사건 1년 뒤인 1990년부터 시민 주도로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어왔지만,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2020년 홍콩 당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행사를 열지 못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기념행사가 열리던 빅토리아 공원의 절반은 올해도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나머지 절반에선 보수 단체가 주최한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 행사가 열렸다. 홍콩의 보안국장(장관) 크리스 탕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며칠 내 특별한 때에 국가안보를 해치려 계획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경고를 남겼다.

베이징에 사는 중국의 일부 반체제 인사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최근 다른 지역으로 강제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톈안먼 사건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원로 반체제 여성 언론인 가오위가 1일 베이징에서 보안 요원들에 끌려 허난성 뤄양으로 강제 여행을 떠났다. 일주일 뒤 베이징에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위는 중국 <경제학주보> 부편집인으로 1989년 4월부터 톈안먼 시위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다 그해 6월3일 체포돼 15개월 동안 복역했다. 이후 1993년, 2014년에도 국가기밀 누설죄 등으로 체포돼 복역했다.

2004년 4월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후야오방 전 총서기 15주기 추모행사에서 헌화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던 반체제 인사 후자도 최근 보안 요원들에 의해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한 리조트로 끌려가 사실상 연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4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톈안먼 광장에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부패 척결과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규모가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커지면서 중국공산당은 군대를 동원한 강제 해산을 결정해 6월4일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당시 군인들이 시위대에게 발포해 수많은 시민들이 숨졌지만,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숨진 이들은 수천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선 이 사건을 언급하는 게 금기시된다. 부득이 언급할 땐 ‘엄중한 정치 풍파’ 정도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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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길가에서 바라본 톈안문의 모습. 정면에 마오쩌둥의 사진이 있고 왼쪽에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오른쪽에 ‘세계인민대단결 만세’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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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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