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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지서 바지 내리고, 누드 사진... 발리 “옷좀 입자” 관광객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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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스쿠터를 타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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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최대 관광지 발리가 비매너 관광객들로 인해 각종 사건 사고가 늘자 결국 에티켓 안내서를 배포하기로 했다.

4일(현지 시각) 자카르타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발리 당국은 이달부터 공항에 도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적은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이 안내문은 사원에 입장할 땐 노출을 피하고 전통의상을 입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기도 목적 외에는 사원 내 신성한 공간에 들어가선 안 되고, 종교적 의미의 조각상을 만지거나 신성한 나무에 올라선 안 된다.

안내문에는 사원이 아니어도 공공장소에선 예의 바르고 적절한 옷을 입으라는 권고도 담겼다. 또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선 안 되고 일회용품은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현지 경찰과 다른 관광객에게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합법적인 비자 없이 영리활동을 하거나 문화재·불법 약품 등을 거래하는 일도 금지된다.

발리 당국이 이처럼 상식적인 내용의 안내문을 나눠주는 이유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사건 사고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리 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29명의 외국인이 추방됐으며 1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교통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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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러시아 관광객이 신성시되는 인도네시아 아궁산에서 바지를 내린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6개월 입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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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엔 러시아 남성이 ‘신의 거주지’로 불리는 발리 아궁산에서 바지를 내린 채 기념 사진을 찍어 입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지난 4월에도 러시아 여성 패션 디자이너가 바바칸 사원에 있는 700년 된 바니안나무에서 누드 사진을 찍은 것이 발각돼 추방됐다. 지난달에는 발리의 한 사원에서 전통 의식이 열리는 동안 독일인 여성 관광객이 옷을 벗고 난입하다 체포된 바 있다.

관광객이 위법 행위를 제지하는 현지 공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 3월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다 붙잡힌 호주 여성이 경찰에 소리를 지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기도 했다. 이후 발리 경찰은 3개 부대를 투입해 5일 동안 불법을 저지르는 외국인을 단속하는 특별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또 발리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오토바이 대여를 금지하도록 했다.

와얀 코스터 발리 주지사는 “발리에서 부적절하게 행동하거나 비자 규칙을 지키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 이런 안내문까지 만들게 됐다”며 “발리는 오랜 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지로 관광객들도 품위를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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