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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순간 실수로 1300여명 사상…피로 물든 인도, 최악의 열차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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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최악 열차 사고

300여명 사망·부상자 천명
“신호 관련 사람이 실수”

英식민지 시절 철도 시스템
구식 신호·노후로 잦은 사고
각국 정상 애도…韓피해 없어


매일경제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발생한 열차 삼중 충돌 현장. 전속력으로 달리던 초록색 여객열차가 파란색 화물열차와 부딪히며 위로 튕겨 올라와 있다. [신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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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열차 탈선·충돌 사고가 발생해 최소 300명 이상이 숨지고 약 1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4일 AP통신과 ND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께 오디샤주 주도 부바네스와르에서 약 170km 떨어진 발라소르(Balasore) 지역 바항가 바자르역 인근에서 열차 세 대가 잇따라 충돌했다. 승객 1257명을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여객열차가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와 충돌하면서 객차들이 화물차 위로 넘어졌고, 뒤이어 다른 여객열차와 2차 충돌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즈(NYT)는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서 열차 두 대가 충돌해 358명이 사망하는 열차 사고 이후 28년 만의 최악의 사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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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철도 진입 관련 신호 장애가 지목됐다. 아디트 쿠마르 차우다리 서던 이스턴 철도의 홍보 책임자는 NYT에 “예비 조사에서 신호 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확인했다”며 “열차가 본선으로 가야 하는데 (화물열차가 있던) 순환선에 대한 신호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한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신호와 관련해 사람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 당국은 인적 오류나 신호 장애가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미타브 샤르마 철도부 대변인은 “사고 열차 중 한 대의 객차 10∼12량이 먼저 탈선하면서 인접 선로로 넘어졌고, 해당 선로를 이용해 반대편에서 오던 다른 여객 열차가 이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두 번째 열차의 객차 3량 가량도 탈선했다. 철도 당국은 사고가 난 여객열차가 서부 벵갈루루에서 동북부 하우라로 가던 ‘하우라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와 동북부 샬리마르에서 남부 첸나이로 가던 ‘코로만델 익스프레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상자 중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대원들은 밤새 구겨지고 뒤틀린 열차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문과 창문을 부수는 등 구조활동을 벌였다. 한 남성 생존자는 BBC에 “(충돌로 열차 내부 사람들이) 마구 얽혀 내 위로 10명에서 15명이 넘어지면서 나는 맨 아래 바닥에 깔렸다”면서 “나는 손과 목을 다쳤지만 열차에서 빠져나오자 누군가는 손을, 누군가는 다리를 잃는 등 크게 다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고 전했다. 일단 사고 열차에 갇혔던 부상 승객들을 모두 구조하며 수색 작업은 종료됐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에는 구급차와 소방차 등 200여대와 구조대원 1200명이 투입됐다.

내년 총선를 앞두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3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구호 활동을 점검했다. 또 병원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일부 부상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모디 총리는 기자들에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을 느낀다”며 “정부가 이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NYT)는 모디 총리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인도의 오래된 인프라를 현대화하려는 노력에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철도가 주요 장거리 이용 수단으로 매일 1200만 명이 열차 1만4000대를 이용해 6만4000㎞를 이용할 정도지만 구식 신호장비와 노후한 차량, 안전관리 부실로 열차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AP통신은 “이번 사고는 영국 식민지 시대 철도망의 현대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철도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인도 철도에서는 매년 수백 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14억2000만명 인구를 거느린 인도는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한 철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북쪽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 해변까지 전국 방방곡곡 퍼져있는 철도 설비는 수십년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 지난해 현지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열차 관련 각종 사고 사망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인도에서 2017건의 철도 사고 중 탈선이 69%를 차지해 293명이 사망했다. 참사가 발생한 인도 동해안 노선의 경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탄·석유 운송을 도맡다시피 할 정도로 가장 붐비는 구간으로 알려졌다. 약 1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복잡하고 노후한 철도 시스템이 미처 다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지속돼온 안전 문제가 다시금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디샤주는 3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인도 열차 참사에 세계 각국의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일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각각 위로전을 보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 웹사이트를 통해 “러시아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과 슬픔을 함께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금 우리의 마음은 인도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슬퍼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애도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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