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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람의 잔인함 각인시켜줄게”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인스타 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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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카라큘라, 가해자 이름, 사진 공개

네티즌,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찾아

개인의 신상공개 현행법상 불법

조선일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모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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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버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얼굴과 실명 등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한 후 네티즌들이 가해자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찾아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개인에 의한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사실상 불법인데, 유튜버 측은 “피해자가 보복 범죄를 우려하고 있다”며 신상 공개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2일 올린 9분가량의 영상에서 가해자 이모(30) 씨의 사진 등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씨의 실명은 물론 생년월일, 출생지, 키, 혈액형, 체형 특징 등이 포함됐다. 또 2006년부터 최근까지의 전과 기록도 상세하게 나열했다. 이 씨의 2007년 성범죄 이력도 공개됐다.

이 씨의 이름과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씨가 과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 계정 정보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3, 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산 돌려차기 범인 인스타’, ‘부산 돌려차기놈 인스타 게시글’ 등의 제목으로 이 씨의 인스타그램으로 추정되는 계정에 올라온 글들이 캡처돼 공유되고 있다. 이 인스타그램에는 지난 2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된 이씨의 사진과 동일한 인물로 보이는 사진이 올라와 있고, 지난 2020년 2~4월 사이에 작성한 게시물 6개도 올라와있다.

글쓴이는 2020년 3월 3일 누군가를 향해 ‘응징’을 예고하는 듯한 글을 쓰기도 했다. 글쓴이는 “존경하는 아버지와 몇 달 전 자리를 하면서 ‘아들아, 소주처럼 쓴 인생을 살지 말고 양주처럼 달콤한 인생을 살아’라는 말을 해주셨다”며 “나는 달콤함에 젖어 살려하였건만 어떤 XX같은 것들이 나에게 달콤함은커녕 XX같은 맛을 선사하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 제쳐두고 XX 같은 XX들에게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고 무섭다는 걸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각인시켜주고 싶어졌다”며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찾고 또 찾아서 한명한명 정성스럽게 케어해드릴게. 기다려줘”라고 썼다.

또 이 계정에 전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이때의 시간은 나에게 참 뜻깊은 시간이였는데 말이지. 좋았단 말이야. 그냥 좋았어.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이라며 “잊진 않을게 하지만 감당할 게 많이 남았다는 것만 알아둬”라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22일 귀가하던 20대 여성 A씨를 쫓아가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머리를 발로 차는 등 마구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0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후 검찰과 이씨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DNA 재감정 결과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 안쪽 허리와 허벅지 부위 등에서 이씨 유전자가 검출됐다”며 “이씨가 성폭행 목적으로 뒤따라가 치명적 가격을 통해 실신시킨 뒤 CCTV 사각지대에서 피해자 옷을 벗기다 발각될 상황에 처하자 달아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살인미수 외에 성폭행 혐의를 추가 적용해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사건의 선고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조선일보

유튜버 카라큘라가 공개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신상 정보.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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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범죄자 신상공개, 사실상 불법

유튜버 카라큘라는 이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전과 18범의 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폭행 가해자는 지금도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출소 후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암시하고 있다”며 신상공개 여부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18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신상공개 찬성’이 91%, ‘반대’가 9%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카라큘라는 결국 2일 영상을 통해 이 씨의 신상 공개를 감행했다.

하지만 카라큘라의 신상 공개 행위는 사실상 불법 행위다. 현행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거나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등 조건이 갖춰지면 검사나 경찰만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인 유튜버가 신상을 공개한 건 국가가 아닌 개인에 의한 처벌, ‘사적제재’라는 비판도 나왔다.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검사와 경찰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은 신상 공개 요건에 대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규정한다.

영상 공개 이후 유튜브는 ‘개인정보 침해 신고가 접수됐다’는 공지와 함께 “콘텐츠 제한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카라큘라 측에 보냈으며, 영상 게시 48시간만에 수익 창출을 제한했다고 한다. 이에 카라큘라는 “채널 운영에 힘을 실어달라”며 후원 계좌 정보를 공개했다.

카라큘라 측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저 역시 가해자에게 평생 보복범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유튜버로서 도를 넘은 사적제재 행위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보복범죄 두려움에 떨고 있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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