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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과외 앱으로 피해자 고른 정유정… 다른 비대면 앱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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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용 과외 앱 "인증 절차 강화" 대책 마련
코로나19로 증가한 중개 앱… 비슷한 구조적 문제
'제2의 정유정' 막기 위해선 업계 전체 점검 필요
한국일보

온라인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이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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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ㆍ유기한 정유정(23)의 범행이 알려지자, 해당 앱이 모든 가입자의 인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해당 앱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급증한 비대면 중개 앱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유정 사용 앱, 뒤늦게 대책 마련


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과외 앱은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신원 확인은 허술한 반면 과외교사의 개인정보만 과도하게 노출되는 탓에 범죄 표적이 되기 쉽다는 우려가 예전부터 제기됐다. 3년간 과외 앱을 통해 꾸준히 일자리를 구한 김모(25)씨는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며 “전혀 모르는 학생 집을 찾아갈 때마다 불안해 지인에게 주소를 보내 놓는 등 과외교사들끼리는 나름의 대비를 해왔다”고 털어놨다.

정유정이 이용한 앱 운영업체는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학부모 및 학생 회원에게도 신분증 인증을 요구하겠다”고 공지하는 등 뒤늦게 개선책을 발표했다. 해당 업체는 과외 장소를 ‘주거지’로 제한해 놓은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개정을 위한 헌법소원도 검토 중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합법적으로 과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법 개정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사도우미 악용 범죄도

한국일보

서비스 제공자들의 개인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은 비대면 중개 애플리캐이션(앱)들. 해당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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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제2의 정유정 사태’를 막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비대면 중개업계 전체가 서둘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 과외 중개 앱은 10개 남짓으로, 정유정이 이용한 앱뿐 아니라 다른 앱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과외 앱 말고도 가사도우미나 육아도우미 중개 앱 역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범죄 악용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앱을 통해 주거지로 가사도우미를 부른 뒤 마약류인 졸피뎀이 섞인 콜라를 마시게 해 성추행을 시도한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가사도우미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기도 했으며, 피해자가 16명에 이른다. 본보가 가사도우미와 육아도우미 중개 앱 5개를 골라 가입해 보니, 간단한 휴대폰 인증만으로 서비스 제공 희망자들의 세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개인정보 전문가인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중개 앱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부작용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운영사들이 자체 점검을 통해 중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개인정보 공시 기준과 신원확인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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