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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여성 수십차례 찌른 흉기난동... 60대 ‘의자 의인’이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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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쇼핑몰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20대 여성 2명 사망

조선일보

2일(현지 시각) 오후 5시쯤 홍콩 다이아몬드힐에 위치한 플라자 할리우드 쇼핑몰 3층에서 39세 남성 A씨가 22세, 26세 여성을 수십차례 칼로 찔러 피해 여성들이 사망했다. 사진은 온라인에 유포된 사건 현장이 담긴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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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30대 남성이 뒤에서 휘두른 흉기에 수십차례 찔린 20대 여성 두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자 두 개를 들고 범인에게 달려든 60대 남성이 추가 피해는 막았는데, 여성이 공격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홍콩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더스탠더드 등 홍콩 현지 매체에 따르면 A(39) 씨는 2일(현지 시각) 오후 5시쯤 홍콩 다이아몬드힐에 위치한 플라자 할리우드 쇼핑몰 3층에서 B(26) 씨와 C(22) 씨를 수십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 여성들은 친구 사이였으며,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들과 일면식이 없는 ‘묻지마 범죄’였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직전 이 쇼핑몰에서 흉기를 구입해 몇 분간 쇼핑몰 내부를 배회하다가 쇼핑몰 3층 화장품 가게 밖 복도에서 첫 번째 피해자인 B씨를 흉기로 공격했다. 허리를 찔린 B씨는 곧바로 쓰러졌는데, A씨는 아랑곳 없이 B씨를 계속 찔렀다. 옆에 있던 C씨가 A씨를 밀어내고 B씨를 데리고 피하려 했지만, A씨는 곧장 일어나 두 여성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이어갔다고 한다. 결국 두 여성 모두 흉기에 찔려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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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 셰프(사진)는 지난 2일 홍콩 플라자 할리우드 쇼핑 센터에서 흉기를 휘두른 30대 남성을 의자로 제압했다.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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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셰프 파이(64) 씨는 A씨의 범행을 막으려던 의인 중 한 명이었다. 파이 씨는 식사를 하던 중 소름 끼치는 비명을 들었고, 누군가 흉기에 찔렸다는 말을 듣고 나갔다가 여자를 공격하는 남자를 봤다고 전했다.

파이 씨는 식당 입구에서 의자를 두 개를 들고 나가 A씨의 이마를 가격했다. 그랬더니 A씨가 파이 씨에게 가까이 다가오길래 한 차례 더 때렸다고 한다. 파이 씨에게 맞은 직후 A씨는 복도 끝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파이 씨는 “범인이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파이 씨는 A씨가 다른 사람을 찌르는 것을 막으려고 의자를 가슴 높이로 들고 A씨 앞에 섰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행인들은 피해 여성들을 도왔다. 파이 씨는 “무서웠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며 “그러나 나는 두 명의 희생자를 구하지 못했다. 나는 실패했고 영웅이 아니다”라고 했다.

몇 분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에게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명령, A씨를 제압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피해 여성들의 몸에서 여러 개의 자상을 확인했으며, 이미 많은 피를 흘린 상태였다.

피해자 중 B씨는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처음 공격받은 B씨는 흉기에 25회 이상 찔렸다.

B씨가 공격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쇼핑몰 CCTV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영상을 보면 A씨는 두 명의 피해 여성 뒤로 바짝 다가갔고, 한 명의 여성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다른 영상에는 A씨가 범행 10분 전 한 가게에서 흉기를 구입하는 모습도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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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다이아몬드힐에 위치한 플라자 할리우드 쇼핑몰 3층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모습.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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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은 곧바로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A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며칠 전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전에도 가족을 흉기로 찔렀고 지난 3월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 후 홍콩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개별적인 사건’임을 강조하면서도 당국의 정신 건강 서비스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보건국과 병원 당국은 공공 정신과 서비스의 치료 및 재활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며 “당국은 정신 건강 자문 위원회와 협력하여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보건부는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 환자에 대해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보건부는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지 말고 계속해서 치료와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와 독려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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