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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유식의 온차이나] ‘기자 추방’ 인도에 역공당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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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취재비자 연장 거부로 한때 14명이던 중국 특파원 모두 쫓겨나</br>추방 남발해온 중국 “정상적 교류 회복돼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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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국경 분쟁으로 몽둥이 난투극까지 벌였던 중국과 인도 사이에 요즘 미디어 전쟁이 한창입니다. 서로 취재 비자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국 특파원들을 줄줄이 추방하고 있어요.

인도에서는 마지막 남은 중국 국영 신화통신과 CCTV 특파원이 5월까지 비자 연장을 받지 못해 쫓겨났다고 합니다. 이제 인도에 남은 중국 기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해요. 인도 매체 중국 특파원도 2명이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중국에 들어가지 못했고, 남은 2명도 곧 쫓겨날 형편이라고 합니다.

기자 추방은 원래 중국의 전유물이었죠. 2020년 미국 기자 13명을 대대적으로 추방했습니다. 호주와 관계가 나빠졌을 때는 중국 정보 당국이 나서서 연락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해 신변에 위협을 느낀 호주 특파원들이 줄줄이 중국을 떠나도록 만들었죠. 그랬던 중국이 이번엔 국경 분쟁 맞수인 인도에 호되게 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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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6일 브리핑에서 인도 주재 중국 특파원들의 취재비자 문제에 대해 답변하는 아린담 박치 대변인. /더 트리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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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CCTV 특파원도 돌려보내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30일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마지막 남은 신화통신과 CCTV 특파원의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고 보도했어요. 이 매체는 “인도 기자 2명도 비자가 취소돼 중국에 들어가지 못했고, 또 1명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비자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전했습니다.

5월31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이 보도의 진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길게 사연을 설명했어요. “중국 매체 기자들은 오래전부터 인도에서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다. 2017년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취재비자 기한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고 2020년부터는 아예 특파원 비자 신청을 받지 않는다. 한때 14명이나 됐던 인도 주재 중국 기자 숫자가 1명으로 줄었고 곧 한 명도 안 남게 될 상황이다… .”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고 나서”상호 존중의 원칙에 따라 양국 매체의 정상적인 교류가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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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브리핑에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반면, 인도 외교부는 담담한 반응이에요. 아린담 박치 대변인은 지난 4월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중국 기자들이 인도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고 했습니다.

신화통신 특파원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 데 대해서도 “정부의 비자 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피했어요. 마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고 반문하는 듯한 어투였습니다.

◇이유 설명 않고 “인도 떠나라”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에 걸쳐 3800㎞에 이르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데, 1962년 전쟁까지 치를 정도로 국경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죠. 한동안 잠잠했던 국경 분쟁은 2017년 잠무카슈미르주 라다크 지역 판공호에서 양국 병력 사이에 투석전이 벌어지면서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2020년에는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몽둥이 등을 동원한 충돌이 일어나 양쪽을 합쳐 수십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죠.

미디어 전쟁도 이 국경 분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16년 인도 정부는 “미디어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정적 동향이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는 이유로 뉴델리 지국장과 뭄바이 지국장을 포함한 3명의 신화통신 기자를 추방했어요. 2021년12월에는 중국국제TV방송(CGTN) 기자가 비자 유효 기간이 2개월이 남았는데도 아무런 이유 설명도 없이 “10일 내로 인도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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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인도 군이 2020년6월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채 충돌해 양쪽에서 수십명이 사망했다. /중국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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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4명이나 됐던 인도 내 중국 기자 수는 올 연초 2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남은 2명에 대해서도 비자 연장이 거부됐다고 해요. 마지막 남은 신화통신 기자에게는 “인도에 체류한 지 6년이나 됐다”는 이유로 비자 연장을 거부하면서 “3월31일까지 인도를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중국도 맞대응했어요. 인도 유명 일간지 ‘더힌두’ 베이징 특파원은 개인적인 일로 귀국했다가 3월31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는데, 공항에서 30분간 중국 당국자와 면담하고 나서 곧바로 추방됐습니다.

◇2020년엔 중국, 미 기자 13명 추방

사실 중국과 인도 모두 언론 자유와는 거리가 먼 나라들이에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올해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인도가 161위, 중국이 179위입니다.

중국의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CCTV 등은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관리하는 선전기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인민일보는 공산당 기관지이고 환구시보는 그 산하에 있는 국제 뉴스 전문 상업 일간지입니다. 신화통신과 CCTV 등은 국무원(정부) 직속 기관으로, 책임자가 장관급이어서 장관급 기관이라고 부르죠.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국무원 직속 차관급 기관이고, 해방일보는 상하이 공산당 위원회 기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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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 올라온 중국 주요 매체들. 중국 매체들은 대부분 당 중앙이나 국무원 등의 기관이 발행하거나 해당 기관에 소속돼 있다. /바이두 캡처


2020년 중국이 미국 기자 13명을 추방한 것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어요. 미국 당국이 중국 국영 매체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고 외교사절단으로 지정해 규제하자 중국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기자들을 대거 추방한 겁니다.

인도는 국경 분쟁 이후 외교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요. 틱톡, 위챗 등 중국 휴대전화 앱 사용을 대대적으로 금지했고, 5세대(5G) 통신사업에서도 화웨이와 ZTE등 중국 업체를 배제했습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기도 했죠. 스리칸트 콘다팔리 네루대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공은 중국에 넘어갔다”며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중국이 점령한 땅을 비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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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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