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발생한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해 침수된 헤르손에서 주민이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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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NN, 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카호우카댐 폭파로 거의 100개 마을이 물에 잠겼으며 지금까지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재민 수만 명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호우카댐의 하류 마을 대피를 감독하는 올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의 군사행정 책임자는 CNN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이제 보트를 이용해야 움직일 수 있을 지경"이라며 "현재 다양한 종류의 보트 8척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손에 있는 집이 침수돼 고무보트를 타고 탈출한 한 65세 주민은 "물이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왔다"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6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개장 초반 밀 가격은 부셸(27.2kg)당 6.39달러로 2.4%,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6.04달러로 1% 이상 상승했다. AP통신은 카호우카댐의 파괴로 주로 개발도상국에 공급되는 우크라이나의 밀·옥수수 등 농작물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댐 파괴로 우크라이나가 2만ha(헥타르)에 이르는 농산물 재배지를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카호우카댐 하류 지역은 강 범람으로 농장이 침수되고, 많은 집과 가축이 떠내려 갔으며 강 주변 습지와 하구 등이 파괴됐다. 상류 지역은 농업 용수와 식수 부족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이번 폭발로 카호우카 수력발전소에서 나온 150t(톤) 이상의 기계유가 이미 드니프로강에 유출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이번 전쟁으로 매설돼 있던 지뢰가 물에 떠내려가고 뿔뿔이 흩어져 폭발 피해도 우려된다.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영국 바스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댐의 붕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에도 장기적으로 광범위한 생태·환경적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적 재앙"이라고 했다.
6일 침수된 헤르손의 집.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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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호우카댐은 1956년 드니프로강에 높이 30m, 길이 3.2㎞ 규모로 지어졌으며 저수량이 18㎦(충주호 담수량의 6.7배)에 달한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도 냉각수를 공급해 온 터라 원전 안전 문제도 제기됐으나 일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각적인 핵 관련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댐 파괴의 주범으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카호우카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학·군수 전문가들은 댐이 파괴된 모습을 근거로 러시아가 주장하는 댐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외부 공격은 타당성이 떨어지고 시설 내부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할 경우 통상 댐의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지만, 이번 폭발은 러시아 점령지 측에 인접한 중간 부분에서 처음 파괴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의도적인 댐 폭파는 제네바협약이 규정한 전쟁범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도 이번 사태를 사실상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하고 규탄하고 있다. 다만,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6일 브리핑에서 "아직까진 배후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6일 발생한 카호우카댐 폭파로 강물이 범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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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댐 폭발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벌어졌다. 일각에선 강 범람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 경로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이번 사태는 우리가 영토를 수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서방 국가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F-16 전투기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당시 가진 유럽 국가 정상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여러 국가들로부터 F-16 제공을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공군 전력 보충을 위해 서방에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해 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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