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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크라 물폭탄' 300마리 떼죽음…이 동물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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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 카호우카 댐 폭파로 동물원이 수몰되는 등 생태학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침수로 인한 드니프로강 주변 환경 파괴의 후유증이 수십 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

폭파된 우크라이나 카호우카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전쟁연구소(ISW), AFP, 우크라이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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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동물권 보호 단체 U애니멀즈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카호우카 댐이 있는 노바 카호우카 마을의 카즈코바 디브로바 동물원이 수몰됐다"면서 "그곳에 있던 조랑말, 당나귀, 너구리, 원숭이 등 약 300마리의 동물들이 떼죽음 당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동물원에서 오로지 백조와 오리만 살아남았다"고 덧붙였다.

이 마을은 이날 파괴된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에 면해 있어 댐 폭파 사고 이후 가장 먼저 물에 잠긴 최대 피해 지역이다. 드니프로강 일대 주민 수천 명은 대피했지만, 동물원에 갇혀있던 동물들은 미처 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동물원 일대는 러시아군이 파놓은 참호와 인근 도로 봉쇄로 요새화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댐 파괴 후 동물 구출 작전이 쉽지 않았다고 단체는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집을 잃고 배회하는 비버, 물에 잠긴 시청 앞 광장을 유영하는 백조, 경찰에 구조되는 개,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슴 등 수난을 당한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이날 트위터에 비버 한 마리가 헤르손 거리를 떠도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비버들이 헤르손에 등장했다. 이 지역엔 많은 비버가 사는데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됐다"며 "동물들도 러시아가 일으킨 환경적 재앙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헤르손 지역의 수위가 3.5m 상승하면서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안고 소지품을 챙겨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대피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홍수가 7일 절정에 이를 전망이며, 약 4만 2000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댐 폭파는 러시아군의 '에코사이드(생태 집단학살)'라는 우크라이나 측 비판이 거센 가운데, 강 범람으로 인근 생태계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특히 드니프로강 하류 지역은 강물과 토사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주변 습지와 하구 등이 파괴됐고, 이곳에 서식하던 동·식물군이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최소 수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강 상류의 석유 시설과 농장 등이 침수되면서 석유제품과 농약으로 하류가 범벅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가디언에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적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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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번 댐 폭파로 민간인 최소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드니프로강 일대 14개 거주 지역이 침수돼 1만 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홍수 피해자가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다면서도 "상당한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가 댐 폭파에 책임이 있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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