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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젤렌스키 맞고, 푸틴 틀렸다?… 전문가들 “댐 내부에서 폭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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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붕괴된 이후인 7일(현지시각) 인근 마을이 물에 잠긴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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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의 카호우카 댐 폭파 사건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책임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내부 폭발로 인해 댐이 파괴됐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힘을 싣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야만적 행위”라며 공개 비난에 나섰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대규모 환경·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야만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서방 기획자들 제안에 따라 여전히 적대 행위 고조에 의존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공개적인 테러 수단으로 러시아 영토 내에서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를 조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는 댐 폭파 직후부터 줄곧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 작전을 진행하던 중 러시아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댐 상부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크라이나의 고의적인 비밀파괴공작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공학·군수 전문가들이 이번 사고 원인을 ‘내부 폭발’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댐 붕괴 연구자인 그레고리 배처 메릴랜드대 공학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배처 교수는 “댐이 붕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이건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수량이 평소보다 많아져 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경우 통상 댐의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 점령지 측에 인접한 중간 부분에서 처음 파괴가 시작돼 양측으로 피해 범위가 차츰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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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호우카 댐 파괴로 물에 잠겨버린 마을. 수면 위에 건물 지붕이 둥둥 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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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호우카 댐 폭파로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포착한 위성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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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에서 댐이 반복적으로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처럼 댐을 완전히 무너뜨릴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밀폐된 공간에서의 내부 폭발이 가장 큰 피해를 낳는다며, 러시아 측 주장처럼 폭탄이나 미사일에 의한 외부 폭발이 일어나려면 몇 배나 더 많고 강력한 폭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폭발물 전문가인 닉 글루맥 일리노이대 공학 교수는 “탄두에 실을 수 있는 폭발물량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직접 맞는다 해도 댐을 붕괴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해석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과 일부 일치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댐 파괴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댐 구조물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수력발전회사 우크르에네르고도 “이 댐은 원자폭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미사일로는 이 정도의 파괴를 일으킬 순 없다”며 “내부로부터의 폭발이 댐을 반으로 가른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다만 미국은 아직 사건 배후를 공식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 역시 안보리에서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왜 자국 영토와 자국민에게 이런 짓을 하고 수만 명의 이재민을 만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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