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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연속 결승 진출 노리는 한국, ‘복수 혈전’ 이탈리아는 희생양일 뿐[최규섭의 청축탁축(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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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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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South Korea)한테 얻어맞고, 북한(North Korea)한테 걷어차였다.”

1966년, 세계 스포츠계에 널리 회자한 말이다. 얻어맞고 걷어차인 주체는 이탈리아였다. 반대로, 이탈리아를 혼낸(?) 나라는 남·북한이었다. 그해 6월은 이탈리아에 아주 잔인한 달이었다.

대한민국한테는 얻어맞았다. 이해 6월 25일(이하 현지 일자), 무대는 서울 장충체육관이었다. WBA(세계복싱협회)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전에서, 한국의 김기수가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판정(2-1)으로 꺾고 타이틀을 쟁취했다. 한국 프로복싱 첫 세계 챔피언의 탄생이었다.

북한한테는 걷어차였다. 이보다 엿새 앞선 6월 19일, 무대는 영국 미들즈브러 아이레섬 파크였다. 1966 잉글랜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그룹 스테이지(4)에서, 이탈리아는 북한에 0-1로 져 조 3위(1승 2패)에 그치며 결선 라운드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 42분 스트라이커 박두익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한 북한(1승 1무 1패)이 대신 녹아웃 스테이지(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이탈리아 스포츠계는 만신창이가 됐다.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과 질긴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36년 뒤, 이탈리아는 다시 한번 한국에 걷어차이며 통한의 눈물을 훔쳐야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결선 라운드 첫판인 16강전에서, 연장 격전 끝에 1-2로 역전패하며 중도 하차의 운명에 맞닥뜨렸다. 연장 후반 12분 한국의 안정환에게 헤딩 골든골을 얻어맞았다.

U-20 월드컵에서 더 풍성한 결실 올린 한국, ‘아시아 징크스’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넘어선다

이처럼 이탈리아 스포츠는 – 특히, 축구 – 중요한 길목에서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적이 여러 차례 있다. 월드컵을 네 번씩(1934·1938·1982·2006년)이나 품에 안으며 ‘축구 강국’으로 대단한 자부심을 부풀리던 이탈리아로선 참기 힘든 수모일지 모른다. 더욱이 자존심에 상처를 낸 상대가 ‘축구 변방’으로 치부하던 한국이면, 그런 감정이 더욱 거세질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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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탈리아는 FIFA가 주최·주관하는 월드컵을 비롯해 각종 연령별 무대에서 모두 다섯 번 자웅을 겨뤘다. 그때마다 세계 축구계는 이탈리아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축구공은 역시 둥글었다. 월드컵에선, 호각세(1승 1패)였다. 그 다음 단계인 U-20 월드컵에선, 한국이 앞섰다(1승), 가장 어린 선수들의 마당인 U-17 월드컵에선, 이탈리아가 우세했다(2승), 그야말로 팽팽했다고 할 만하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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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한국과 이탈리아는 다시 만났다. 8일 오후 6시(한국 시각 9일 오전 6시)에 펼쳐지는, 결승 티켓을 가리는 한판이다. 서로가 배수진을 치고 맞서는 무척 중요한 일전이다.

역대 이 대회에서만큼은 분명히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더 좋은 결실을 올렸다. 1977년 튀니지 FIFA 월드 유스 챔피언십으로 발원해 2019 폴란드 FIFA U-20 월드컵까지 22회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준우승(2019 폴란드)과 4강(1983 멕시코)을 각각 한 차례씩 수확했다. 4강만 두 차례(2017 한국, 2019 폴란드) 기록한 이탈리아를 다소나마 앞지르는 작황이다. 본선 진출 횟수에선, 한국이 거의 배 차이(15-8), 곧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한국은 이탈리아를 희생양 삼아 귀중한 기록에 도전한다. 두 대회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한 다섯 번째 국가 반열에 오르려는 야망을 부풀린다. 이 기록은 소련(이하 당시·1977 튀니지-1979 일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네 나라만 올라선 고지다. 브라질(1983 멕시코-1985 소련, 1993 호주-1995 카타르, 2009 이집트-2011 콜롬비아)→ 포르투갈(1989 사우디아라비아-1991 포르투갈)→ 아르헨티나(1995 카타르-1997 말레이시아, 2005 네덜란드-2007 캐나다)이 소련의 뒤를 이어 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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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회에서, 한국은 이탈리아에 좋은 기억이 있다. 42년 전에 열린 1981 호주 대회에서, 한국은 이탈리아에 ‘작은 고추’ 맛을 톡톡히 보여 줬다. 조별 라운드(B) 첫판에서 만나, 한국이 4-1로 대승했다. 당시 최순호가 2골 2도움의 원맨쇼를 펼쳤다.

또한, 이탈리아의 ‘아시아 징크스’도 한국의 승리를 기대케 한다.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아시아 국가를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4전 3무 1패다. 한국엔 졌고, 이란(1무: 1977 튀니지)과 일본(2무: 2017 한국, 2019 폴란드)엔 비겼다.

이탈리아는 설욕을 꿈꾸고 있겠지만, 뜻대로 이뤄질지는 글쎄다. 내로라하는 축구 강국 가운데 유독 징크스에 약한 면모를 지닌 이탈리아라서 더욱 그렇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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