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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분석] '적과의 동침' 택한 삼성…LGD 패널 단 첫 'OLED TV' 9월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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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시장 노린 삼성, 83형 전파인증 받아…83형 OLED 패널, 전 세계서 LGD만 생산

삼성 덕에 LGD 실적 개선 '청신호'…LG, 무선 OLED TV 출시로 격차 벌리기 나설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영원히 안 한다."

과거 OLED TV 사업을 두고 이처럼 말했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집을 꺾고 적과의 동침에 본격 나섰다.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처음 채택해 제품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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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모델이 현존 최대 크기인 97인치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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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83형 OLED TV 'KQ83SC90A' 모델에 대한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인증을 완료했다. 통상 전파인증 후 3개월 이내 제품이 출시된다는 점에서 이르면 9월쯤 첫 제품이 선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삼성 OLED TV'의 데뷔 무대는 오는 9월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IFA)'가 유력하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할 초도 물량은 50만 대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패널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정해진 것이 없다"며 "전파 인증을 받은 제품도 프로토 타입일 가능성이 있어 정식 출시가 될 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 LG 비판하던 삼성…OLED TV 대세화에 '백기'

삼성전자는 2013년 OLED TV를 선보였지만 수율 문제로 1년 뒤 바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경쟁사 LG전자가 주력하는 OLED TV에 대해 '번인(burn-in)' 현상을 지적하며 직접 비판에 나서는 한편, OLED TV 시장 진출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적극 부정한 바 있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는 OLED 설비가 없고 OLED는 영원히 안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과거엔 LCD TV인 QLED가 OLED보다 뛰어나다고 지속 홍보하며 세계적 추세와 반대되는 행보도 보였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1월 'CES 2022'에서 "QLED TV가 올레드 TV보다 우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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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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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OLED TV가 대세로 자리 잡자 이제서야 LG전자가 10년간 공 들인 이 시장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OLED TV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고,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자사 첫 OLED TV 'QD-OLED TV' 판매에 나섰다. 올 초에는 국내에서도 OLED TV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TV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LCD 시장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쉽지 않아지자, OLED TV로 눈을 돌린 듯 하다"며 "프리미엄 TV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미, 유럽 등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OLED TV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태도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가격 경쟁력·생산량서 밀린 QD-OLED…LGD 택한 삼성, 초대형 공략

삼성전자가 80형 이상 대형 OLED TV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5·65형에 이어 올 초 77형 모델까지 내놨으나, 최근 OLED TV 시장에서 초대형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자 83형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공급 받던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 패널은 83형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QD-OLED 패널로 77형, 65형, 55형 등 3종만 생산 중이다. 83형 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OLED 패널은 적색·녹색·청색 소자를 수직으로 배열해 백색 광원을 만들고, 그 위로 적·녹·청·백 컬러 필터를 올려 색을 구현하는 W-OLED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청색 OLED 소자로 광원을 만들고, 그 위에 퀀텀닷 입자를 입혀 청색 광원을 적색, 녹색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색을 나타내는 QD-OLE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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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카이스트에서 진행한 '디스플레이 데이' 행사에서 학생들이 QD-OLED TV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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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OLED TV 패널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은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W-OLED로, LG전자가 주요 고객사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2027년 OLED TV 연간 출하량은 1천25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1천110만 대가 W-OLED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가 적용된 TV 출하량은 140만 대로, 시장 내 존재감은 미미하다.

생산량 역시 LG디스플레이의 W-OLED에 한참 못미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5형 4K 기준 QD-OLED 패널 제조원가를 607달러까지 낮추는 목표를 세웠는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추산한 지난해 원가는 1천40달러다. 양산 첫 해였던 2021년에 QD-OLED 제조원가는 1천580달러였다. 반면 같은 사양인 65형 4K의 LG디스플레이 W-OLED 제조원가는 680달러 정도다.

이에 따라 삼성 QD-OLED 제조원가는 W-OLED에 비해 1.5배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또 올해 QD-OLED 제조원가가 지난해보다 20~25% 낮아질 것이란 업계의 예상에 비춰, 예상 최대치인 264달러를 적용해 낮춰도 제조원가는 792달러에 그친다는 점에서 아직 W-OLED와 경쟁하기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2026년쯤 QD-OLED 패널 제조원가가 600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 탓에 삼성전자는 83형뿐 아니라 77형 TV용 OLED 패널도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절감 측면에서 W-OLED 패널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W-OLED 패널 물량이 내년에는 200만 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며 "삼성전자의 연간 OLED TV 출하량이 50만 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삼성, LGD 손잡고 영역 확대…LG, 압도적 기술로 승부

QD-OLED 패널과 W-OLED 패널의 제조원가 차이가 큰 만큼 삼성전자가 OLED TV 라인업에서 포지셔닝(Positioning, 고객에게 브랜드의 위치를 각인 시키는 작업)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가 QD-OLED보다 W-OLED 패널을 한 체급 아래로 포지셔닝할 경우 LG전자가 어떻게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W-OLED는 '준 프리미엄'이나 '프리미엄' 제품군에 포지셔닝하고, QD-OLED는 그보다 높은 최상위 제품군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LG전자가 W-OLED 패널을 사용한 TV로 이미 초대형 OLED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큰 타격은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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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 때마다 화면을 구부렸다 펴는 LG 벤더블(Bendable) 게이밍 올레드 TV 플렉스(FLEX)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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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LG전자는 83G, 83C, 88형, 97형 등 초대형 OLED TV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상태로, 이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60% 점유율로 선두에 올랐다. 특히 70인치 이상 초대형 OLED TV 시장에선 출하량 기준 7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의 TV 매출 가운데 최상위 라인업인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돌았다.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1천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제품의 금액 기준 점유율이 46.1%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6.7%였던 OLED 비중은 불과 1년 만에 10%p 가까이 상승하며 과반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4년에는 53.5%로 커지고 2025년에는 60.8%, 2026년에는 61.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뒤늦게 OLED 시장에 재진입한 삼성전자는 영역 확대를 위해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4.8%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배 가까이 뛴 11.9%로 성장했다.

또 초대형 OLED TV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77형과 새로 출시하는 83형을 주력 라인업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77·83형 패널까지 공급 받을 경우 LG전자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LED TV 시장 공략이 시급한 삼성전자와 수요둔화 해소,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는 LG디스플레이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두 업체간 OLED 동맹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OLED TV 시장 확대에 맞춰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 능력이 150만 대 수준에 불과하단 점이 LG디스플레이와 손잡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 웰컴"…반기는 LG전자, 숨통 트인 LGD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쟁사인 LG전자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또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이르면 9월쯤 올해 기대작인 무선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M'도 출시해 삼성과의 격차를 더 벌린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LG전자가 10년간 시장을 주도해오며 기술력을 높여왔던 만큼, 삼성전자가 같은 W-OLED 패널을 적용한다고 해도 같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패널을 쓴다고 해도 각 업체들이 쌓은 노하우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라며 "W-OLED를 처음 적용하는 삼성전자가 10년간 해당 패널을 사용해 온 LG전자 만큼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더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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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그니처 올레드 M(모델명 M3)이 집 안 공간에 배치된 모습 [사진=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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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시장을 노린 삼성전자의 변심으로 실적 악화로 고통 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반기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는 전방 수요 급감, LCD 패널 판가 하락 지속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삼성전자에 대형 OLED 패널을 공급하게 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TV 패널 생산 캐파는 연간 1천만 대로 알려져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77, 83인치 대형 OLED 패널 공급 시작이 예상돼 대형 OLED 생산라인 가동률은 4분기로 갈수록 상승할 전망"이라며 "8세대 OLED 생산라인에서 77, 83인치 초대형 OLED 패널 생산의 경우 기존 55, 65인치 OLED 패널 대비 생산량이 2.5배 많기 때문에 가동률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77, 83인치 OLED TV 패널 판매가격은 55, 65인치 대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내년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77, 83인치 초대형 OLED TV 패널 200만 대를 공급한다면 55, 65인치 기준으로는 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내년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패널 사업은 LG전자로의 OLED 패널 연간 공급 400~500만대를 감안할 때 풀 가동에 따른 흑자전환 가시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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