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아마존 ‘기적의 아이들’ 40일 어찌 버텼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음식물 등 들어있는 생존 키트로 버티고
원주민 조상에 배운 지식 도움됐을 듯
비행기 추락 생존 자체도 기적
막내는 숨진 엄마 품에 안겨있었던 듯


매일경제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에서 무사히 발견된 아이들과 구조대원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일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이후 행방불명됐던 어린아이 4명이 40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되면서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관심이 쏠린다.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에서는 추락 사고로 실종됐던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 등 4명이 발견됐다. 이들은 영양실조 증세를 보였지만그 외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우선 구조 당국이 수색 작업 중 공중에서 떨어뜨린 생존 키트들이 아이들이 버티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키트에는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물품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생존 키트를 발견한 덕분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구조 당국은 아마존 정글 수색 도중 아이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아용 젖병과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찾아낸 바 있다.

생존 아이들이 남미 원주민 후이토토족 출신이라는 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후이토토족은 콜롬비아 남동부, 페루 북부 등에 사는 원주민이다. 콜롬비아 바우페스 지역의 원주민 지도자인 존 모레노는 “이곳은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위험한 곳”이라면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에서 얻은 지식, 즉 조상의 지식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지 구조 당국은 네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레슬리가 열대우림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 당국은 또 아이들 할머니가 후이토토족 언어로 “더 이동하지 말라”고 외치는 소리를 녹음해 헬기로 방송하기도 했다.

아마존 밀림에서 버틴 것 뿐 아니라 비행기 추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정글로 해당 소형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이 아이들을 제외한 조종사, 성인 승객 2명 등 어른 3명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비행기 뒷좌석에 탑승한 덕에 추락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추락 당시 비행기는 앞머리에서부터 땅에 처박혔는데, 이 때문에 비행기 앞쪽 좌석에 앉은 조종사 등 성인 3명은 모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앉았던 뒷좌석 3개 중 2개는 추락에도 제자리에 똑바로 고정돼 있을 정도로 상태가 멀쩡했다. 추락 당시의 물리적 충격이 뒷좌석에는 크게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콜롬비아 민간항공청이 작성한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탑승객 중 가장 어렸던 크리스틴(1)은 추락 당시 어머니 품에 안겨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가 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덕에 추락 당시 충격을 막아 크리스틴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적의 아이들’ 4명은 10일 현재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로 무사히 이송됐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콜롬비아 군 당국이 명명했던 이 아이들 구조 작전명은 ‘에스페란사’(스페인어로 희망이라는 뜻)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아이들의 생존 소식에 트위터에 ‘온 나라의 기쁨’이라고 썼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