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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대중성과 실험정신은 배타적이지 않고, 같이 자유롭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21일 오후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넷플릭스 & 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의 간담회에서 좋은 영화의 기준에 대해 “영화는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적 연결, 탈출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타인과 공감하거나 현실을 잊고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어하는데 좋은 영화는 이 두 가지를 갖춘다. 여기에 스토리까지 좋다면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거 같다”고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테드 서랜도스는 “저는 영화 ‘괴물’(2006)을 보고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그때부터 지켜보게 됐다. 좋은 영화들은 긴 여정의 진입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20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도 좋은 영화에 관한 자신만의 기준을 밝혔다. “좋은 영화는 건 자신의 좁았던 범위, 자아의 편협함을 넓혀주는 거 같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뻔하고 좁은데 그걸 넓혀주는 작업을 하는 게 좋은 영화 같다. 가령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든지, 전혀 모르는 직업세계를 보여주는 것 말이다. 단 두 사람이 나와도 다른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그걸 연결시키는 게 좋은 영화 같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작은 개인이 넓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2018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를 좋아한다는 박찬욱 감독은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에 살았던 가정부 이야기를 우리가 어디서 가서 보고 들을 수 있겠나. 그 영화를 보면서 연결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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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감독은 “그런 걸 만드는 힘은 비전과 통찰력을 가진 감독이 어떻게 표현해내느냐다. 작가, 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비전을 위해서 움직인다. 대개 감독이 그와 같은 비전을 수립하고 리드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되진 않는다. 크루와 교감하면서 그런 일을 해낸다”고 스태프와 배우들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품마다 달라서 하나의 방법론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최신작 ‘헤어질 결심’(2022)을 설명했다. 이 영화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했다.
“제가 좋아하는 마르틴 베크라는 형사가 용의자를 잘못 만나서 사랑에 빠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임감 강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형사가 (용의자를 사랑하게 돼)얼마나 괴로울까 싶었다. 용의자에게 빠지면서 생기는 갈등이 어떨지 상상해봤다. 여기에 제가 노래 ‘안개’를 들으면서 하나의 무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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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출발시키지만 스스로 결정짓고 만들어가기보다 주변 작가들과 가족들에게 자문하며 다듬어나간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과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의 미래에 관해 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먼저 서랜도스는 “저는 영화계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이번에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느낀 건데 필요한 건 음식과 물, 스토리였다. 저희는 그 모든 걸 갖고 있다”며 “시네마 기술이 많아서 미래가 밝다. 좋은 스토리텔러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도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많은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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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 박찬욱 감독은 “크게 봤을 때 영화의 미래는 다양성”이라며 “만드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몇 십 년 전에는 큰 카메라로, 전문 기술자들이 있어야만 영화를 찍고 만들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도 만든다. 제가 (그렇게 만든 작업물을) 여러 번 보여드렸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극장 개봉도 하는 시대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에 만들 수 있다”고 제작방식과 형식 등 다양성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다만 저는 (영화를) 핸드폰으로만 봐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쁜 일은 아닌데 저는 그건 못 참겠더라”며 “물론 몰랐던, 오래된 영화들을 지금 당장 볼 수 있다는 것은 좋고 다양한 영화들 중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좋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그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서도 극장 관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 작품이 전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나라마다 우위가 있는지 잘 모르겠고 (감독) 개인의 개성이 더 중요하고 큰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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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감독은 “그럼에도 누가 봐도 한국영화와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거기서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감정의 진폭이 크고 여러 가지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낀다. 단일하게 웃기고 슬프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다. 웃겼다가 슬펐다가 해야 한다. 모든 게 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극중) 인물의 마음을 온전히 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무한한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차분하고 냉정하고 온화한 것보다 자극적인 한국 작품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인류의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니까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된 거 같다”고 자평했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 참석한 대학생 및 일반인 참가자들과 Q & A 시간도 진행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저희가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작품을 해외로 수출한다고 생각하지만 전세계 작품을 가져와서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게 목적이다”라며 “저희의 첫 번째 국제영화는‘옥자’(감독 봉준호)였다. 저희를 상자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뿌듯하게 생각하는 건 단순 플랫폼의 제공이 아닌, 스토리 텔러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저는 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시나리오 제안 후 배우들로부터 수락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우리 직업은 투자사, 스타들에게 거절당한다. 그런 게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거절 당하는 건 쉬운데 그 감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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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감독은 “그냥 잊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이 나를 거절한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무언가 이유가 있으니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 거다. 근데 그들이 거절할 때 무슨 이유를 대든 거짓말인 게 많다.(웃음)”며 “결국 나한테 이로운 게 뭔지, 나한테 이로운 감정 상태인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사실 거절할 때가 더 어렵다. 쉽지 않지만 명쾌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은 새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 제작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은 넷플릭스에서 투자를 맡았다.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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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전,란’에 대해 “2019년부터 각본을 써온 작품인데 처음부터 시리즈가 아닌 사극무협액션 장르였다. 그래서 큰 규모의 제작비가 따라줘야 하는 작품이다. 돈이 많을수록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한계도 있다.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줘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간섭이 없다. 편집을 시작해야 간섭이 없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직까지 괜찮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넉넉하진 않다. 영화 제작비는 아무리 많아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하며 웃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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