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왼쪽부터),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임승용 용필름 대표,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과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지만, 지금까지 한 것은 향후 잠재력을 생각하면 겉핥기에 불과하다. 향후 4년간 25억 달러(약 3조2000억원) 이상을 한국 콘텐트에 투자할 것이다.”
내한 중인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에서 접견 당시 약속한 K콘텐트 투자 계획을 재확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한국 콘텐트 제작자들과 공개 간담회를 가진 서랜도스 CEO는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시청자의 60% 이상이 최소 하나 이상의 K콘텐트를 시청했고, 이는 지난 4년 동안 6배 늘어난 숫자”라며 “‘훌륭한 이야기는 어디서나 나올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믿음을 한국만큼 잘 입증해준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넷플릭스가 콘텐트 IP(지적재산권)를 독점해 한국 창작자들에게 추가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에 대해 “(시즌1이 인기를 끌어) 시즌2가 나올 경우 더 크게 보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트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은 이날 간담회는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를 비롯해 넷플릭스와 협업한 경험이 있는 국내 콘텐트 제작자들과 서랜도스 CEO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대표 외에도 넷플릭스 영화 ‘콜’ ‘20세기 소녀’ 등을 만든 임승용 용필름 대표, ‘지옥’ ‘D.P.’ ‘정이’ 등을 선보인 변승민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대표, 예능 시리즈 ‘솔로지옥’을 제작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가 자리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오른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 제작자들은 먼저 넷플릭스를 통해 이전과 다른 방식의 글로벌한 제작·유통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연 대표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다소 이상한 이야기를 가지고 시리즈를 만들고자 했을 때 넷플릭스가 좋은 파트너가 돼주었다”며 “스토리에 대한 이해와 실험, 도전을 함께 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아 대표는 “예능의 경우 과거에는 보통 매주 한편을 제작하는 환경이었다면, 넷플릭스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전제작을 경험했고, 예능 생태계 자체가 바뀌었다”고 했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한국 창작자들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해 달라”는 서랜도스 CEO의 요청에 여러 당부를 쏟아냈다. 변승민 대표는 “사실 한국 콘텐트는 지금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기이기도 하다. 특히 수익 분배에 대한 고민이 창작자들에게는 있다”며 “지속가능한 창작 여건을 위해 PPL 등 수익을 배가할 수 있는 고민을 (넷플릭스가)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가 자극적인 장르물에 치우쳐 다양성 면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 대표는 “기획을 하다 보면 시청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자극적인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조금 다른 리듬의 다양한 작품을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 영화 ‘로마’ ‘파워 오브 도그’와 같이 클래식한 문법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획도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도 “사실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모든 작품이 넷플릭스로 몰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넷플릭스가 균형을 잘 맞춰줬으면 한다”며 “모든 작품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기보다 로컬(현지) 관객들도 진정성 있게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 참석해 VFX(시각특수효과) 시연에 호응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랜도스 CEO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거듭 약속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에도 넷플릭스에 IP가 귀속돼 창작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분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우리는 창작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고 있으며, 시즌2가 나오는 경우 시즌1 흥행을 계산해 더 많이 보상하고 있다”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서 창작자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망 사용료 납부 문제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10억 달러 정도를 (자체 콘텐트 전송 네트워크인) ‘오픈 커넥트’에 투자해 전 세계 6000개 이상의 지점에서 인터넷이 빨라질 수 있도록 했고,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예정”이라며 “우리 같은 CP(콘텐트사업자)와 ISP(인터넷서비스공급자)가 최대한 고객들에게 좋은 콘텐트를 보여줄 수 있도록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납부하기 어렵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의 한국 도입 시점에 대해선 “오늘 특별히 발표할 것은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한 조치로, 지난달부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서랜도스 CEO는 “계정 공유 방식의 변화는 글로벌하게 지속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