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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파출소장이 80대男 접대 요구...신고하자 보복" 여경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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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인아 경위가 파출소장, 80대 지역 유지 등과 함께 촬영한 사진. KBS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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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경찰관이 상관인 파출소장으로부터 접대를 요구 받은 데 이어 이를 신고하자 보복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박인아 경위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자신의 실명과 소속을 공개한 뒤 “아직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실명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한 가정이 정말 망가졌다”며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딸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조직에서 저를 도와주고, 앞으로 시스템이 개선된다고 하면 저는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박 경위는 상부에 해당 파출소장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신고한 뒤 오히려 감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파출소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박 경위의 근태나 복장불량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파출소 폐쇄회로(CC)TV까지 돌려봤다는 것이다.

박 경위는 윗선에서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경위는 “경찰청에 마지막으로 이의신청을 했는데 회유 시도가 있었다”며 “저도 파출소장님이 받은 똑같은 징계에서 멈춰줄 테니까 앞으로 경찰 생활을 해야 되지 않겠냐는 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승진시켜 주신대”…파출소장, 지역 유지 80대男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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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아 경위가 소속 파출소장과 나눈 메시지.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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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위는 지난 4월 파출소장의 연락을 받고 나간 식사자리에서 지역 유지라는 80대 남성을 소개받고 이 남성과 사진 촬영 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박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도록 시켰다고 한다.

박 경위는 약 일주일 뒤 또다시 나오라는 파출소장의 연락을 받아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했으나, 파출소장이 “회장님께서 승진 시켜준대”라고 말하며 거듭 자리에 응할 것을 요구해 결국 그 자리에 다시 나가게 됐다.

그는 이후에도 근무시간 도중 파출소장의 부름으로 단둘이 실내 암벽 등반장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박 경위는 결국 지난 5월 15일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다.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였다. 파출소장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해당 파출소장은 KBS에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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