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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미투' 이전 70년 … 글로 싸운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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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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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모든 건 내가 해고되었기 때문이었다." 1968년 컬럼비아대 시위에 참여하면서 그는 강사직에서 해고당한다. 밀릿은 출판사가 건넨 선금 4000달러만 갖고 박사 학위 취득 논문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는데, 밀릿 사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섹스는 남성이 여성에 대한 우위를 확인하는 정치적 행위다." 페미니즘의 시금석 같은 이 책은 절대적 고전으로 통한다.

'성 정치학'을 비롯해 1950년 이후 70년간 현대 페미니즘 계열의 글쓰기와 작가의 삶을 다룬 명저가 출간됐다. '페미니즘과 여성의 글쓰기'란 주제에 평생 집중한 두 저자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잇는 또 한 권의 명작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19세기 여성 작가의 작품 안팎을 다뤘다. 신작 '여전히 미쳐 있는'은 현대 70년(1950~2020년)의 여성 글쓰기를 다룬다.

수전 손택은 여성의 신체적 감각에 관한 글쓰기를 지속했다. 손택은 에세이 '여성의 아름다움'에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감각하는 방식을 지적한다. 여성은 자신의 몸을 '부분'으로 나눠 평가하라고 배운다. 가슴은 가슴대로, 엉덩이는 엉덩이대로, 또 눈, 코, 목, 안색 등도 모두 나눠 꼼꼼히 '응시'하기를 강요받는다. 손택은 여성의 이런 미적 의식 행위를 "피카소적인 분할"로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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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북하우스 펴냄, 3만3000원


토니 모리슨의 장편 '가장 푸른 눈'의 주인공 피콜라는 세계 소설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강간 피해자다. 흑인 여성 피콜라는 11세 나이로 임신하게 된다. 피콜라는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의 비밀을 알아내려 애쓰다 백인과 같은 푸른 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피콜라는 '가장 푸르고 예쁜 눈'을 갖기를 소망한다. 백인 위주의 미적 기준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이 소설은 모리슨의 가장 유명한 소설이자 훗날 그가 노벨상을 받는 데 기여한 결정적 작품이었다.

맥신 홍 킹스턴의 '여전사'는 중국계 이민자 출신의 한 문학예술가가 자신의 소녀 시절과 교육에 대해 상세히 들려주는 소설이다. 서술자의 어머니 용란은 딸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언제 했는지도 모르는' 섹스로 사생아를 임신하게 된 젊은 시누이가 있었다. 시누이의 임신에 '마을 사람들'은 격노한다. 시누이는 결국 돼지우리에서 아기를 낳고 아기와 함께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퍼트리샤 록우드의 '사제 아빠'는 종교의 남성 중심주의를 다룬다. 이 책은 가톨릭 신부였던 한 남성을 아버지로 뒀던 한 젊은 시인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성장담이다. 고해 신부가 성도를 유혹해 아기를 낳는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잠수함에 배치돼 근무하던 루터교 남성이 영화 '엑소시스트'를 70번 넘게 보고 목사가 됐고 이후 개신교가 주는 포도 주스가 지겨워지자 "와인이 먹고 싶어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미 아내와 가족이 있었지만 교황청 허가로 그는 '특별히' 사제가 됐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 출간은 21세기 하나의 사건에 가까웠다. '시녀 이야기'를 통해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애트우드는 이 책에서 가부장제 여성 집행관들이 생존을 위해 적과 협업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가부장제 국가 길리어드의 붕괴는 필연적이다.

시간이 흘러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맨다 고먼은 22세 나이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전 세계를 향해 시를 낭송했다. '우리는 겁을 집어먹었다고 해서 다시 뒤로 돌아가거나/ 가로막히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여전히 미쳐 있는'의 두 저자는 1950년대 이후 매 10년 동안 여성의 삶을 파고든 모순이 앞으로 계속 나아갈 힘을, 집요하게 버텨나갈 동력을 주었다고 쓴다. 1970년대 페미니즘 제2의 물결에 이어 인류는 2016년 미투를 계기로 부활했다.

저자는 서문의 마지막 줄에 이렇게 쓴다.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절대 짓밟히지 말 것." 애트우드의 소설 속 벽면에 적힌 라틴어 글귀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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