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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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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할로웨이 “할머니 한국인 아냐…‘매콤’ 버전 정찬성 기대” [찐팬의 UFC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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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과 일전 앞둔 할로웨이

“‘올해의 경기’ 후보 될 것…

매콤한 버전의 정찬성 기대”

할머니는 한국인 아닌 하와이언

“It is what it is.”(어쩔 수 없지 뭐.)

UFC를 오랫동안 봐온 팬이라면 이 문장을 듣고 한 선수가 떠오를 테다. UFC 페더급의 살아있는 전설, ‘축복받은 자’ 맥스 할로웨이(32·미국)는 인터뷰 때 습관처럼 이 말을 한다. 이 문장엔 마음에 들지 않는, 예상치 못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할로웨이는 2020년 7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와의 2차전에서 접전을 벌였지만 판정패했다. 많은 팬들과 선수들이 할로웨이가 승리했다고 본 만큼 당사자의 실망감은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할로웨이는 옥타곤 안에서 아들을 안은 채 유쾌하게 “It is what it is”를 외쳤다. ‘받아들임’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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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웨이가 지난 8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할로웨이는 “훈련캠프 때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이 역시 정찬성과의 싸움 준비라고 볼 수 있다”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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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웨이는 지난 8일 세계일보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종종 어떤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며 “울지 말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인 뒤 그냥 나아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들이 본인이 바꿀 수 없는 것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바꿀 수 있는 것이면 바꾸고 아니면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할로웨이를 세계 최정상급 종합격투기 선수로 만들었다. 2017년 당대 최강의 챔피언 조제 알도(37·브라질)를 꺾고 UFC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고 3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현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에게 3번 지긴 했지만 내로라하는 페더급 선수인 캘빈 케이터(35·미국), 야이르 로드리게스(31·멕시코), 아놀드 앨런(29·영국)을 이기며 본인이 여전히 경쟁력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 할로웨이는 UFC 페더급 랭킹 1위다.

할로웨이는 오는 26일 싱가포르에서 경기를 가진다. 상대는 한국 UFC의 간판 ‘코리안 좀비’ 정찬성(36·한국). 국내 UFC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경기다. 할로웨이는 정찬성과의 경기가 ‘올해의 경기’(Fight of the year) 후보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할로웨이의 최근 경기는 지난 4월 아놀드 앨런전. 페더급 무패 신성이었던 앨런을 깔끔하게 잡으면서 차기 타이틀 도전자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타이틀전을 기다려도 됐지만 할로웨이는 그러지 않았다.

‘왜 정찬성과의 경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할로웨이는 “그냥 앉아서 기다리며 타이틀샷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할로웨이는 “정찬성은 내가 밑에서부터 올라갈 때 경기를 보며 존경했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런 선수들 중 안 싸워본 선수는 정찬성 밖에 없다”고 했다. 할로웨이는 “그러니 정찬성과 안 싸울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이 싸움이 성사돼서 정말 기쁘고 모든 게 아시아에서 펼쳐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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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웨이(오른쪽)가 야이르 로드리게스와의 경기에서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를 적중시키는 모습. UFC 제공


할로웨이는 접전을 예상했다. 그는 “아마 올해의 경기 후보가 될 것”이라며 “정찬성은 터프하고 내구력이 좋다”고 했다. 이어 할로웨이는 “많은 사람들이 정찬성의 최근 경기만 생각하는데,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기억력이 안 좋지 않느냐”며 “정찬성이 지난 경기 이후 완전히 회복해 최고의 몸 상태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할로웨이는 2012년 2월 UFC에 데뷔해 벌써 27경기를 치렀다. 산술적으로 보면 1년에 약 2경기씩 뛴 셈이다. 종합격투기는 부상이 잦은 스포츠다. 10년 넘게 꾸준히 경기를 뛰었다는 건 자기관리가 굉장히 뛰어나단 의미다. 할로웨이는 “많은 선수들이 밀어붙여서 훈련을 하려고 한다”며 “나는 좋은 팀과 훈련 중이고 주위엔 의사, 친구들, 그리고 나를 온전히 돌봐주는 트레이너 등이 있다”고 했다.

할로웨이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7년 7월 브라질 리우 데자네이루에서 있었던 알도와의 경기를 꼽았다. 당시 할로웨이는 잠정 챔피언이었고, 통합 타이틀을 얻기 위해 적진 한복판에 들어가 싸웠다. 할로웨이는 “알도와 리우에서 싸운 경기는 나에게 정말 뜻깊었다”며 “알도는 ‘리우의 왕’이었는데, 리우에서 알도와 싸우기 위해 옥타곤에 함께 서있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붙어본 선수 중 더스틴 포이리에(34·미국)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강인한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할로웨이는 2012년과 2019년 포이리에와 두 차례 붙어 모두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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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웨이가 경기 전 계체량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U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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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웨이는 UFC에서만 27경기를 뛴 베테랑이지만 이제 32살에 불과하다. 아직 몸 상태가 좋고 앞날이 창창하다고 느낀다. 할로웨이는 예전부터 상대 선수들을 ‘쉽게 먹어치우겠다’는 의미로 ‘컵케이크’에 비유했는데 이날도 그랬다. 그는 “페더급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새로운 선수들이 올라오는데 다들 전도유망하다”고 했다. 할로웨이는 “새로운 컵케이크가 체급에 나타나면 나는 그 선수들을 다 맛보고 싶다”며 웃었다.

할로웨이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루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예전 한 종합격투기 유튜버 영상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며 진위여부가 논란이 됐다. 할로웨이는 “할머니는 한국인이 아니고 하와이 사람”이라며 “다만 할아버지에게 아주 조금 한국인의 피가 섞여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할로웨이는 “훈련캠프에서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다”며 “정찬성과 싸울 준비를 다방면으로 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할로웨이는 “한국음식은 매워서(spicy) 힘들지만 그것만 빼면 정말 좋아한다”며 “대신 정찬성이 오는 26일에 매콤하게(spicy) 나온다면 그건 완전 좋다”고 했다.

할로웨이는 이번 경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 중 이 스포츠를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싱가포르에 와서 우리 경기를 보게 해달라”며 “경기장에 오면 나머지는 나랑 정찬성이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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