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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교권 추락

교육부 고시 vs 학생인권조례 충돌…사생활·복장자유 전면 수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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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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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상위법인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제정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례에 이미 제한 조항이 포함된 만큼 과도한 수정이 불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교육부의 고시와 '사생활', '개성' 등 최소 두 곳 이상의 조항에서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무너진 교권을 회복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17일 관련 고시안을 내놓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시를 발표하면서 "고시는 법령 체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조례에 우선한다"며 "고시가 확정되면 조례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조례) 개정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시와 조례가 가장 크게 충돌하는 지점은 '사생활'과 '개성'의 자유를 언급한 조항들이다. 고시는 휴대전화 등 각종 소지품을 교사가 물품 분리보관 등의 방법으로 훈육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학생의 물품을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반면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의 자유' 조항은 이같은 소지품 검사와 압수는 학생의 동의 없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6개 조례 모두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소지품 조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괄 검사 또한 지양하거나 금지돼 있다.

고시에 포함된 용모·복장 지도와 학생인권조례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도 부딪힌다. 교육부 고시에는 건전한 학교생활 문화 조성을 위해 용모 및 복장을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반면 조례에서는 학생들이 복장, 두발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학생의 의견에 반해 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교사가 상을 부여할 수 있다는 고시 내용이 조례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맞선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고시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주의를 주고, 2회 이상 불응하면 분리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조례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게 시교육청 측의 의견이다. 조례를 시행 중인 6곳 모두 학생이 참여한 학칙으로 학생의 전자기기의 사용과 소지의 시간과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

조례에 있는 예외 규정에 따라 실제로 휴대전화 규제는 이미 시행 중인 학교가 많았다. 2020년 서울시교육청과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서울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78.2%가 휴대전화를 등교 시나 수업시간에 학교에서 일괄수거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고등학생의 경우 48.8%가 이에 해당됐다. 학교 내 소지를 아예 금지하는 비율도 중·고 각각 10.4%, 2%였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조항 수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학교가 수업시간 외에 학칙으로 휴대전화를 규제할 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일부 어긋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권위는 2017년 학교가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시는 생활지도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학칙으로 정해 시행토록 했기 때문에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 하에서 합리적인 학칙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1일 고시를 공포해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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